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Mar 19. 2023

공무원이라는 방패, 혹은 굴레

겸직 허가의 벽

 며칠 전 브런치를 통해 한 뉴스앱 회사로부터 창작자 등록 제안이 왔다.


 창작자로서 자신들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뉴스앱에 창작물을 게시하면, 그 글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나에게 제공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이었다.


 창작자들 간의 커뮤니티 형성, 창작 방향에 대한 컨설팅 지원, 성과에 따른 창작지원금 제공 등 단순 수익 분배 외에도 내 입장에서 솔깃할 만한 내용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쓸 내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내가 쓰는 글을 노출시킬 플랫폼이 하나 늘어나는 데다가 수익까지 보장해준다니.


 당장이라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창작자 등록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를 작가로 불러주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창작한 글을 통해 비록 적은 액수지만 다달이 나오는 수입도 얻을 수 있는 꿈만 같은 기회를 거절해야만 하다니.


 정말 분하고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어찌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겸직 허가와 관련된 글을 한번 썼지만, 공무원은 영리 목적의 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기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해당 활동이 직무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직무에 해가 되는지 여부는 오롯이 기관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


 만약 우여곡절 끝에 겸직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이라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을 견뎌야만 한다.


 고작 월에 10만 원 남짓한 돈을 벌기 위해 그 모든 걸 감당하기엔 너무 리스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고심 끝에 어렵게 얻은 기회를 포기하려고 한다.


 가슴 한 켠이 쓰리고 답답하다.


 대학 시절, 내가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공무원이라는 직장이 최소한의 돈을 버는 대신 최소한의 일만 하며 이른 퇴근 후의 시간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삶의 '방패' 혹은 '안전벨트'와도 같은 직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제야 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하나 해 나가려고 하니, 공무원이라는 내 신분이 편안한 안정감을 주는 방패나 안전벨트라기보다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가로 막는 커다란 '굴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내 몸에 얽어 놓았지만, 이제는 함부로 벗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공무원이라는 커다란 굴레.​


 언제쯤 이 굴레를 벗어 던지고 나는 '진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비록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 공무원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고도 아무 지장이 없을 자격과 능력을 갖춘 미래의 나를 꿈꿔 보며, 쉴새 없이 찾아 오는 이 거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오늘도 겨우, 또 겨우 삼켜내 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생활과 몸무게의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