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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r 18. 2023

직장생활과 몸무게의 상관관계

우울할 땐 딱 5킬로그램만 감량해 봐

 요 몇 달간 직장에 출근하기만 하면 이상하게 머리가 어지럽고, 눈은 침침하고, 좀처럼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동료들이 내게 말을 걸면 짜증부터 나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흥분했다.


 하루 종일 직장을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어디가 아파서 그런가? 주말에 푹 못 쉬어서 그런가? 슬럼프에 빠져서 그런가?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가능성을 떠올려 봤지만 뾰족한 원인이랄 것은 딱히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힘들게 들어온 두 번째 직장마저 얼마 안 가 뛰쳐 나오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겨우내 입지 않았던 얇은 옷들을 꺼내 입어보다 문득, 그 우울의 이유를 알아채 버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뒤룩뒤룩 살이 쪄버린 것이다.'​


 아차 싶은 마음에 창고에 처박아 뒀던 체중계를 꺼내 몸무게를 재보니 평상시의 몸무게보다 정확히 3킬로그램이 늘어나 있었다.


 1,2킬로그램도 아니고 3킬로그램이면 일반적인 30대 직장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수치다.


 몇 달간 나를 괴롭혔던 우울감의 원인이 단박에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사진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거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육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살이 찌면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지고,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반대로 단 몇 킬로그램이라도 살이 빠지면 이상하게 부조리한 일을 당해도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출근길 만원 지하철도 행복하게만 느껴진다.


 과장인 것 같지만 과장이 아니다.


 체중계에 찍힌 그 숫자에 따라 나를 보는 동료들의 시선이 바뀌고, 반대로 동료들을 바라보는 나의 표정이 바뀐다.


 우리는 살이 찌지 않고 날씬한 몸을 유지 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여전히 강인하고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계속해서 어필할 수 있다.


 어쩌면 퍼펙트한 업무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완벽하게 관리된 몸으로 출퇴근하는 게 직장인 훨씬 더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른다.


 몇 달 사이에 축 늘어진 뱃살과 퉁퉁 부은 얼굴을 보고 있으니 가뜩이나 가기 싫었던 직장이 더더욱 싫게만 느껴진다.


 만약 요즘 들어 직장을 비롯한 인생이 잘 안 풀린다 싶은 분들은 지금 몸무게에서 딱 5킬로그램만 빼 보시라.​


 내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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