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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r 16. 2023

공무원 2년 차, 뜻밖의 어려움

소포모어 징크스

 스포츠 용어 중에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표현이 있다.


 주로 신인 시절에 엄청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가 2년 차 시즌에 예상 밖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때를 가리켜 사용하는 표현인데,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신인'의 개념이 존재하는 분야인 영화, 음악, 미술 등과 같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의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1년 차에 비해 실망스러운 2년 차를 보내는 상황'을 통칭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년마다 인사 이동이 있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보면 2년에 한 번씩은 이 소포모어 징크스와 비슷한 현상을 겪게 된다.


 공무원들, 특히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의 경우 발령 범위가 원체 넓기 때문에 새로운 부서에 발령이 나는 순간 신규와 다름 없는 백지 상태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그 상태로 처음 한 3개월 정도는 우왕좌왕 하며 미친듯이 헤매다가 한 사이클이 돌아가는 2년차가 되는 순간부터 체감 되는 업무의 난이도가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의외로 많은 공무원들이 이 시점에서 예상 외의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된다.


 바로 '지겨움' 혹은 '매너리즘'과 같은 것들이다.


 현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공무원 업무의 특성상 개인의 역량으로 기존에 해오던 업무 처리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기존에 이어져 오던 업무 처리 방식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게 되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1년 차와는 달리 2년 차가 되면서 조금씩 시야가 트이고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잘 몰라서 넘어갔던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하나씩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만약 그 비합리적인 것들이 담당자인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성질의 것이라면 정말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일은 무의미한 반복 같이 느껴지고 해결 되지 않는 고질적인 민원에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순간 '아 이제 여길 떠날 때가 됐나 보다.'라는 생각에 업무 집중도와 퍼포먼스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일이 익숙해졌음에도 공무원들이 고통 받는 이유다.


 그래서 가끔은 2년마다 새로운 업무를 해야하는 공무원의 치명적인 단점이 몇 안 되는 장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일이 아무리 지겨워도 2년만 있으면 새로운 부서로 떠나 우리는 그곳에서 또다시 잠시나마 '신규 공무원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각자의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년 차 공무원은 업무가 익숙지 않아서 고통 받고, 2년 차 공무원은 업무가 지긋지긋해서 고통 받는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 1년 차 때는 새로운 업무를 하는 신선함에 기쁨을 느끼고, 2년차 때는 익숙해진 업무의 편안함에 기쁨을 느끼려고 한다면 어렵고 지겹기만한 공직 생활이 조금 더 행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부터 그렇게 하려 노력해봐야 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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