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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r 12. 2023

공무원과 민원인이 싸우는 이유

서로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공무원으로 일하다보면 아무리 일처리를 완벽히 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가끔씩은 민원인과의 다툼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일반행정직으로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일주일에 평균 두세 번씩은 반드시 민원인과의 날선 대화를 견뎌내야만 했다.


 내가 잘 다니던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그만두고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직장을 옮긴 가장 큰 이유 역시도 이 피할 수 없는 민원인과의 잦은 다툼 때문이었다.


 민원 부서에서, 특히 동사무소 민원대에서 근무해본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생각보다 민원인과의 싸움은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공무원의 말투, 몸짓, 표정, 태도 등에서 의외로 많은 민원인들이 불쾌함을 느껴 싸움이 번지기 시작한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름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응대 한다고 했는데도 서비스를 받은 민원인의 반응이 예의 없게 돌아온다면 확 불쾌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공무원과 민원인이라는 공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사적인 불쾌함이 느껴지는 순간 싸움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번져나간다.


 대체 왜 공무원과 민원인은 이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 때문에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하고 굳이 자신의 소중한 하루를 망쳐야만 하는 것일까.


 사실 현재 우리나라 공공 시스템의 특성상 공무원과 민원인의 개별적인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으로서 일선에서 민원 처리를 하다보면 관련 법령이 애매모호하여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민원 처리를 해야하는 경우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쉽게 쉽게 민원 처리를 해줬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재량이 발휘 되는 경우에는 최대한 소극적인 자세로 업무 처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민원인 입장에서는 반대로 이전 담당자 혹은 다른 기관의 담당자는 손쉽게 처리해줬던 일을 현재 담당자가 처리해 줄 수 없다고 한다면, 마치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을 담당 공무원이 자기를 무시해서 혹은 담당 공무원의 업무 능력 부족 때문에 일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양 쪽의 입장 차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에 대한 옮고 그름을 가리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결국 감정 싸움까지 번지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나 민원인 입장에서나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나는 그래서 이 고질적인 공무원과 민원인 간의 다툼을 오로지 한 쪽 집단의 문제만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만든 법이 완벽하지 않고, 사람들 간의 생각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 이상 이 소모적인 다툼은 이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한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록 진부하고 뻔한 말이긴 하지만 결국 이러한 무의미한 싸움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간의 배려와 이해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이 정말 비정상적이고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상대방도 상대방의 입장이 있으니 저렇게 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공무원인든 민원인이든 일처리에 임한다면, 적어도 '정상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미 없이 얼굴을 붉히는 일이 꽤나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공무원이든 민원인이든 '비정상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한다 하더라도 끝내 우리를 괴롭히긴 하겠지만 말이다.


 가뜩이나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서로 간의 배려를 통해 적어도 정상적인 민원인과 공무원들 사이에서만큼은 이러한 의미 없는 다툼이 사라 세상이 오기를 바래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아이 캔 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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