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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06. 2023

직장을 다녀 보면, 내 꿈이 뭔지 알 수 있다

무의미한 시간들의 소중함

 20대 시절엔 시간은 많은데 하고 싶은 건 없었다.


 삶이 너무나도 지루해 흥미도 없는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고,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과의 모임에 꼬박꼬박 참여해 억지 웃음을 지으며 시간을 축냈다.


 그런 날들이 길어질수록 언제나 불안한 마음이 쉴새없이 내 정신을 짓눌렀지만,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살아 가야할 방향이 머릿 속에 탁 떠오를 것만 같았다.


 내게 주어진 젊음과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지점을 지나자 시간은 마치 급행열차를 탄듯 빠르게 흘러갔다.


 스물다섯이었던 나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년동안 금세 스물일곱이 되었고, 동사무소와 구청에서의 끔찍했던 시간들을 거치며 눈 깜짝할 사이 서른이 되었다.


 의원면직과 이직을 거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까지 하고 나니 이젠 서른셋,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기도,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기도 약간은 애매해진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닉하게도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엉뚱한 곳에서 발버둥치던 지난 8년이란 시간동안 비로소 나는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것에 슬픔을 느끼는지, 어떤 것을 못 견디는지, 어떤 것을 잘 참는지, 어떤 것을 찬양하는지, 어떤 것을 경멸하는지 등등.


 이젠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20대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하며 자신의 젊음과 가능성이 스러져가는 모습에 슬픔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의미 없는 곳에서의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머릿 속에서 희미하게 떠돌던 꿈에 대한 욕구는 역설적으로 명확해지고 뚜렷해진다.


 어쩌면 진짜 '자신의 꿈'을 알아채기 위해선 이 지저분하고 더럽기만 한 직장생활이라는 스테이지를 반드시 클리어해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 스스로 되뇌인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슬퍼 하지 말자.'​


 '빛을 잃고 초라해져 간다고 우울해 하지 말자.'


 나 자신이 누구인지만 잊지 않는다면, 지루하고 의미없다고 느껴지는 이 수많은 나날들이 나를 어린 시절 어렴풋이 꿈꿔왔던 그 이상적인 모습으로 언젠가는 데려다 줄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SBS <기적의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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