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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08. 2023

군대는 2년, 공무원은 30년

공직 생활에도 끝은 오겠지

 한창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지칠대로 지쳐 있던 2020년 초 무렵, 없는 시간을 쪼개 군대 시절 친하게 지냈던 동기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공무원으로서의 삶이 너무나도 고달팠던 나머지 모임 내내 동기들에게 공무원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쉴새없이 푸념을 늘어 놓고 있었는데, 푸념의 주제는 적은 월급부터 시작해서 동료들 간의 업무 핑퐁, 민원인들의 무례함까지 다양했다.


 그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동기 하나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야 아무리 힘들어도 공무원 생활이 군대만 하겠냐? 그래도 지금은 다달이 월급도 나오고, 퇴근 하면 집에 가서 치킨도 시켜 먹을 수 있고, 주말엔 여친이랑 데이트도 할 수 있잖아. 그 정도면 솔직히 살 만한 거야.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좋게 좋게 생각해 봐."​


 공무원 생활을 하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군대와 공무원은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계급이 존재한다는 점, 상명하복 문화가 존재한다는 점,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일한다는 점,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다는 점, 겸직이 안된다는 점,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는 점 등등.


 다만 단 하나 차이가 있다면, 바로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시간.


 그 하나가 결정적으로 다르다.


 군대는 최소 1년 6개월에서 최대 2년을 그곳에서 '버티면' 되지만, 공무원은 최소 30년에서 최대 40년을 그곳에서 '지내야' 한다.


 달력에 가위표를 그리며 정해진 시간을 그곳에서 견뎌내는 것과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 그곳에 완전히 녹아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공무원 5년차가 된 지금에서도 후자가 훨씬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내 푸념을 들으면 쉽사리 이렇게 말한다.


 군대는 아무리 힘들어도 무조건 2년은 버텨야 한다고. 공무원은 바로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만둘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이십 대 중후반의 나이와 삼십 대 초반의 나이를 이곳에서 다 보내버린 상태에서 대책없이 이곳을 뛰쳐 나간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일까.


 나이가 먹어 갈수록, 견뎌내야할 삶의 무게가 늘어 날수록, 이곳에 의무적으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오히려 조금씩 더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1년 전, 전역모를 쓰고 2년동안 나를 둘러 싸고 있던 철조망 밖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해방감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공무원 생활에도 전역의 그날이 올 수 있을까.


 그리고 11년 전의 나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뛰어갈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공무원 생활에도 몇 년 단위로 '끝'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의욕적으로, 적극적으로, 희망적으로, 긍정적으로 공무원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사진 출처: 넷플릭스 드라마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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