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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09. 2023

공무원 시험은 여기까지만

국가직 9급 선거행정 시험 후기

 나는 2017년에 최종합격을 한 후에도 매년 공무원 시험을 보았다.


 물론 따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 머릿속에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지식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매년 확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사실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내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전혀 없는 장사였다.


 시험 점수가 잘 나오면, '어? 이거 다시해봐도 가능성 있겠는데?'라는 생각에 이직이라는 희망찬 꿈을 꿔볼 수가 있었고, 반대로 택도 없는 점수가 나오면, '그럼 그렇지. 지금 직장에 만족하며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에 현실에 좀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2018년, 2019년, 2020년 시험을 매년 응시하면서 운좋게 나름 가능성 있는 점수를 계속해서 받았고, 덕분에 인생 최대의 위기였던 구청 근무 시절에 과감히 지방직 일행을 그만두고 지금의 직장인 서울시 교행으로 빠른 시간 내 옮길 수가 있었다.


 누가 보면 헛웃음을 지을 이야기지만, 고된 공무원 생활 중에 공무원 시험이 내게 있어 몇 안되는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제 시험을 보고 오니, 연례 행사처럼 치르던 이 공무원 시험 응시도 이젠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공통과목의 점수가 너무나도 떨어졌다.


 국어는 독해 위주로 무난히 출제되어 겨우 100점이 나왔지만, 심혈을 다해 푼 영어 점수가 고작 70점이 나왔다.


 문법 3문제를 다 틀려버렸고, 생활영어에서도 1문제를 틀렸다.


 한국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단히 꼬아서 낸 문제도 없었고, 사료도 익숙한 것들만 나왔는데 아리까리 기억이 흐릿해 찍다시피 20문제를 풀고 나니 무려 7개를 틀렸다.


 거의 2016년에 공무원 시험을 막 시작하던 때의 점수로 돌아갔다.


 어렴풋한 기억마저 완전히 리셋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따로 공부를 안해도 80, 90점은 나와주던 사회 과목도 사라져서, 만약 직렬을 옮기려고 한다면 그 직렬에 맞는 전공과목을 처음부터 새로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몇 년 전과 비교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문득 국어, 영어, 한국사에 전공과목 두 과목까지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해야 겨우 합격할 수 있는 시험으로 바뀐 최근의 공무원 시험에 진입해 원하는 직렬에 합격까지 이뤄내시는 수험생분들이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이젠 '시험 삼아서도' 공무원 시험은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에 집중해야겠다.


 이러나저러나 따뜻한 4월의 햇살 속에서 쉬고 싶고, 놀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모두 참아가며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신 모든 수험생 여러분, 정말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다.


 시험을 잘 치셨든, 못 치셨든 지금의 경험이 여러분의 인생에 '긍정적인 추억'으로 남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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