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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11. 2023

공무원 시험 출제오류 논란에 관하여

고작 100문제인데 그걸 놓쳐?

 지난 주말에 치러진 2023년 국가직 9급 시험의 복수정답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요지는 간단하다. 오타가 발생했다.


 고려시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한국사 8번 문제에서 고려시대 다포 양식의 건축물인 황해도 사리원 성불사 '응진전'을 황해도 사리원 성불사 '웅진전'이라고 잘못 표기해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출제했다.


출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2023년 국가직 9급)


 물론 문제 자체의 명확한 정답이 있기는 했다.


 월정사 8각9층 석탑이 원나라의 양식이 아니라 송나라의 양식을 모방한 석탑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기 출제된 기본적인 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난이도를 떠나 100분에 100문제를 마치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풀어야하는 이 비정상적인 시험에서 이런 식의 문제 오류는 시험장에서의 수험생들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


 명확하게 해당 내용을 숙지하고 있던 사람도,


 '어? 웅진전이 아니라 응진전인데? 그럼 이게 정답인가? 오타인가? 이런 시험에 설마 오타가 날 수가 있을까? 월정사 8각9층 석탑이 송나라 양식이 아니라 원나라 양식을 모방했었나? 내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나?'​


 이런 고민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면, 시험을 치는 내내 그 찝찝함과 불안감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가는 그 한 문제 때문에 1년동안 준비한 시험 전체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시험을 치른 후에는 더 문제다.


 인사혁신처에서 해당 문제를 복수정답 혹은 정답없음 처리로 발표 하느냐, 가답안을 유지 하느냐에 따라 합격선 주변에 모여 있는 수백수천 명의 '운명'이 왔다갔다 한다.


 나 역시도 첫 합격을 했던 2017년 하반기 지방직 9급 시험에서 마찬가지로 한국사 과목에서 출제 오류 이슈가 있어 최종합격이 발표되기까지 약 두 달간을 엄청난 불안 속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당시 그 문제는 문제오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정답없음 처리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후 지리한 법정 다툼 끝에 2019년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정답없음 처리가 되어 전국적으로 수백 명의 수험생들에게 무려 2년이 지나서야 때늦은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었다.


출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2017년 하반기 지방직 9급)


 그동안의 경험상 이번 한국사 복수정답 시비는 어려운 고민 끝에 문제 정답을 맞힌 사람들에게는 정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명확한 오류이기 때문에 복수정답 처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한 문제 차이로 합불이 갈리는 시험에서, 만약 복수정답 처리로 인해 합격선이 올라가 필기 탈락을 하게 된다던가 혹은 겨우 필기 합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자의 증가로 인해 면접 탈락들 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들의 박탈감과 그들의 노력과 그들의 억울함은 '누가,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한 번 시험에 고작 100문제다. 그리고 이 시험에 모든 걸 걸고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갈아넣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1년에 단 한 번뿐인 시험에 울고 웃는다.


 문제를 출제하시는 여러 석학분들과 인사혁신처 담당자분들이 문제의 난이도를 떠나, 적어도 시험의 합불 여부가 '운'의 영역에 의해 결정되지 않도록, 또 공정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산뜻한 마음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정말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큼은 지켜주실 수는 정녕 없는 것일까.


 이번 2023년 국가직 9급 시험의 '최종 정답'은 이의제기 신청 기간과 정답확정회의를 거쳐 오는 '2023년 4월 17일 월요일 6시에 발표'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번 국가직 9급 한국사 출제 오류 이슈에 영향을 받게 된 수험생 여러분들이 부디 불안한 마음에 두 달 후에 있을 지방직 시험마저도 그르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절대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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