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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13. 2023

교육행정직 남편, 일반행정직 아내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개의 조직

 공무원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직렬이 있다. 일반행정직, 교육행정직, 사회복지직, 건축직, 환경직, 세무직 등등...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렬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일반행정직교육행정직.


 우리 부부는 각각 이 두 가지의 직렬에서 공무원으로서 근무하고 있다.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 아내는 일반행정직 공무원으로서.


 오늘은 우리 부부의 평범한 일상에 대해 한번 써볼까한다.


 우리 부부의 일상은 이렇다. 출근 시간도 빠르고 출퇴근 거리가 먼 내가 아침 6시 40분쯤 먼저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한다. 내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출근하는 7시 20분쯤 아내가 일어난다. 막 일어난 아내와 막 출근하려는 내가 현관문을 나서기 전 가벼운 아침 인사를 한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서울에 있는 학교로 출근하는 나의 출근길은 아내에 비해 훨씬 더 험난하다. 지하철역으로 뛰듯이 걸어가 막 출발하려는 열차에 겨우겨우 올라탄다.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서 겨우 서있을 자리 하나를 마련해 옆 사람을 지지대 삼아 지하철로 1시간 10분을 이동한다.


 학교가 있는 지하철역까지 이동해야하는 지하철역 수는 총 20개. 환승은 총 2번.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도착하면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다.


 나의 출근길이 아내에 비해 험난한 편이라면, 아내의 경우 일과 시간이 나에 비해 험난하다.


 아내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사납게 울리는 민원 전화를 받는다. 민원인과의 통화가 끝나면 지난 밤 사이 쌓인 갖은 공문을 각 담당자를 찾아 배부한다.


 주간업무보고를 작성하고,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취합 자료를 겨우 정리해 국서무에게 전달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오후에 있을 행사 준비를 하고, 기간제 근로자들의 급여 자료를 정리한다. 중간중간 팀장과 과장이 요청하는 자료를 찾아내는 것은 덤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눈 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다보면 어느새 아내 책상 위의 탁상시계는 오후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다.


 출근 시간이 빨랐던만큼 퇴근 시간 역시 아내에 비해 내가 빠르다.


 4시 40분이 되면 짐을 챙겨 행정실을 나온다. 아침에 출근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타고, 두 번의 환승을 하고, 지하철역에 내려 집으로 걸어온다.


 다만 다행히도 출근할 때에 비하면 퇴근길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진 않는다.


 집에 도착해 빠르게 몸을 씻고, 저녁 거리를 준비하고 있으면 여섯 시 삼십 분쯤 아내가 지친 모습을 하고 현관문 안으로 들어선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학교와 구청에서 있었던 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 나눈다. 가볍게 쌓인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거실에 걸린 벽걸이 티비로 넷플릭스 영상 몇 개를 고민 끝에 골라 시청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침대에 이불을 펴고 잘 준비를 한다. 그리고 다가올 내일을 향해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힘겨웠던 하루는 끝이 난다.


 되돌아보면 우리 부부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개의 직렬에 근무하게 되면서, 같은 조직에서 근무할 때보다 서로의 일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깊고 넓어진 것 같다.


 나는 아내의 거친 민원과 고된 업무를 안쓰럽게 여기고, 반대로 아내는 나의 험난한 출근길과 답답한 행정실 생활에 가슴 아파한다.


 또 서로의 업무에 대해 어렴풋이 알긴 하지만, 완벽하게 그 업무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참견하기엔 아는 게 모자라고 푸념을 들어주기엔 아는 게 충분한 정도다. 나는 이 서로 간의 애매한 지식의 정도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이런 장점이 느껴질 때마다 같은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행정직이든, 일반행정직이든 아내와 나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와 스트레스는 아마 큰 차이 없이 동일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직장이란 짐을 짊어지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간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을 하는 교육행정직과 일반행정직처럼, 우리 부부도 서로 비슷한 듯이 또 다르게, 또 지금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보듬어 주면서, 딱 지금처럼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들을 앞으로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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