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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16. 2023

9급 공무원의 소비 습관

월 200만 원으로도 잘 살 수 있어!

 '9급 공무원'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바로 '박봉'인 직업이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얘길 듣는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월 200 벌어서 생활이 돼?"


 믿기지 않겠지만, 고작 월 200을 벌면서도 몇 년째 별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다.


 여행도 다니고, 데이트도 하고, 저축도 하고. 다만 풍족하지 않을뿐이다.


 사람들이 말하길 부자가 되기 위한 덕목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많이 벌 것' 하나는 '적게 쓸 것'.


 적어도 나는 그 두 가지 중 하나는 확실하게 실천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많이 벌지는 못할지언정, 쓸데없는 소비는 하지 않는다.


 물론 공무원이 되고 난 이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돈을 쓰는 것'보다는 '돈을 쓰지 않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정확히는 충동적으로 사고 싶은 것을 한번 꾹 참았을 때 오는 그 '충만함'이 좋았다.


 반대로 필요도 없는 것을 충동적으로 구매했을 때의 그 허무함은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순간적인 충동을 견디지 못해 곧 '쓰레기'가 될 물건을 방안에 들여놓은 것 자체가 나 스스로에겐 너무 큰 고통이었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 고통이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웠던 나머지, 눈앞에서 그 소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아직 쓸만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물건을 집밖으로 내다버린 적도 여러번 있었다.


 단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 소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버린 내 자신이 나약하고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소비 습관에서만큼은 나는 이미 '천생 공무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점차 나라가 부강해지고 사회에 재화가 넘쳐 흐르기 시작하면서 언젠가부터 비싼 옷을 입고, 비싼 차를 타고, 비싼 음식을 먹고, 비싼 곳에 여행을 가는, 그런 모습이 이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많은 돈을 벌면 그 사람은 존중받고, '욜로' 혹은 '플렉스'라는 근사한 표현 아래 수십 만원짜리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수백 만원짜리 명품 옷을 고민없이 구매한다.


 몇 년전만 해도 이러한 세태를 '천민 자본주의'라는 말로 비꼬았지만, 이제는 그 말조차 촌스러운 표현이 되어버린 듯 싶다.


 이제는 모두가 많이 벌고, 많이 쓰고 싶어 한다.​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어쩌면 우리 공무원들처럼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은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리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은 결코 많은 돈도 아니며, 많은 소비도 아니다.


 그저 우리 자신이 누군지 깨닫고 우리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우리를 충만하게 만든다.


 월 200도 벌지 못하는 젊은 공무원들이여. 너무 기죽지 말자.


 조금 불편할지언정,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아주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혼술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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