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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04. 2023

신규 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세

생각보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얼마 전, 와이프에게 전 부서에서 함께 일했었던 동료 주무관이 보낸 메신저 하나가 도착했다.


 "주사님, 남편 분 이름이 ○○○ 맞죠?"​


 "네 맞아요. 근데 왜요 주사님?"​


 와이프가 무슨 일로 그러냐고 묻자, 그 동료 주무관은 'ㅋㅋㅋㅋㅋㅋ'이라는 채팅과 함께 곧바로 와이프에게 사진 하나를 더 보내왔다.


 전송된 사진을 와이프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몇몇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 인감 증명서였다.


 그리고 사진 속 인감 증명서에는 너무나 익숙한 글씨로 쓰여진 '내 이름 ○○○'과 함께, 아무것도 모르던 신규 시절 내가 저질렀던 '치명적 실수'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부끄러움에 내 얼굴은 곧바로 시뻘개졌다.


 자세한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와이프에게 메신저를 보낸 동료 주무관의 아버지가 모 동사무소에서 인감 증명서를 발급 받으셨는데, 인감 증명서에 기재된 한자가 자신의 실제 이름 한자와 다르게 등록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음은 같고 뜻만 다른 것도 아니고 '음'까지 완전히 다른 한자가 등록 되어 있었다.


 담당자가 처음 인감 증명서를 등록할 때 민원인의 이름 한자를 잘못 인지하고 완전히 틀리게 기재하여 등록한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담당자가 바로 5년 전, 민원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2018년 신규 시절의 나'였다.


 기억을 되돌이켜보면 신규 시절의 나는 내 자신을 평가할 때 다른 이들에 비해 참 일을 꼼꼼하게 잘한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


 다른 이들에 비해 법령 해석 능력도 탁월하고, 말귀도 잘 알아 들으며, 쓸데없는 다툼도 안 만드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신규 1년차 때부터 평소 밥먹듯이 실수를 하는 선배 공무원들을 솔직한 마음으로 조금은 우습게 봤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지들이 뭐라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이런 생각이 들어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와이프에게 선배 공무원들의 모자람에 대해 흉을 본 적도 여러번이다.


 그런데 막상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우연한 계기로 내가 신규 시절에 저질렀던 '말도 안되는' 실수를 보고 있으니 문득 그동안 내가 굉장한 착각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적어도 인감 등록을 할 때만큼은 결코 실수한 적이 없었다고 확신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이런 실수가 발견되는 걸 보면, 모르긴 몰라도 다른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업무 처리에 있어서는 분명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다. 단지 내가 몰랐을 뿐이다.


 다시 한번 부끄러움이 밀려 온다.


 우리는 종종 일을 하다보면 우리 자신을 굉장히 '완벽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될 때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공무원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반복적인 일을 겨우 처리해놓고도 내가 남들보다 특출나게 일을 잘한다고 지레짐작하고, 또 착각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내가 느낀 바와 같이 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언제라도 실수할 수 있고, 또 언제라도 남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그런 불완전한 존재들일 뿐이다. 100%가 아닌 이상 우리는 언제나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신규 공무원분들일수록 이 당연한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작은 일에도 열과 성을 다 하는 자세로 업무처리에 임하셨으면 좋겠다.


 자칫하다 우쭐한 마음이 들어 일을 대충대충 하다보면 얼마 전 몇 년이 지난 실수를 발견해 나도 모르게 얼굴이 시뻘개진 나처럼, 생각지도 못한 나의 잘못을 발견하고 크게 망신을 당하는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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