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교행 동기모임에 다녀와 드는 생각
'처음'은 뭐든지 어려운 법
최근 코로나19 관련 모임 제한이 대부분 해제되면서 어제 처음으로 우리 지역 교행들끼리 동기 모임(?)을 가졌다. 사실 그동안 종종 주말에 만나 업무 관련 정보를 주고 받으며 꽤 많은 대화를 나눠왔지만, 이렇게 사적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퇴근 후 바로 약속 장소로 가서 헤어질 때까지 5~6시간정도 자리를 옮겨가며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분위기가 풀리면서 나중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가 새로 몸 담은 직장의 동기들과 조금은 친해졌다는 생각을 하니,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도 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늘 이런 모임을 하고 오면 즐거웠던 기분과는 별개로 조금의 후회와 찝찝함이 남은 채로 다음날 아침을 맞이한다. 뭔가 처음 만나는 어색한 상황 속에서 내가 너무 낯을 가리는 나머지, 오히려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쓸데없는 말을 너무 지껄였고, 또 그것이 아직 가깝지 않은 사이에서 예의 없거나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평소엔 말이 많지 않은 타입이고, 꼭 필요한 말만 하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렇게 사람들을 처음 만나거나 아주 오랫만에 옛 친구를 만나면 꼭 안해도 될 말들을 과도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조금은 긴장을 했기 때문일 것이며, 혹여나 원래 조용하고 정적인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은 우리랑 친해질 생각이 별로 없나보다."라고 생각할 거란 걱정이 앞서서 일 것이다.
그래서 늘 이런 모임에 나가면 얼마간은 늘 약간의 활기찬 연기를 하고, 꼭 술에 잔뜩 취해 집에 온 다음 술이 깨면 "하...내가 또 너무 나댔나..."라는 찝찝함을 하루이틀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매년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이런 일을 반복해왔지만 서른 두 살이 된 지금까지 여전히 이런 상황에서의 세련된 태도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사회생활에 있어 내가 능숙하지 못하고 서툰 경향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힘든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직장에 들어가 처음 업무를 익히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쌓고 가까워지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만 어제 나와 함께 웃고 떠들었던 이들이 내가 지껄인 여러 이야기를 듣고 불쾌함을 가슴에 담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 사람이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몸부림쳤던 거구나..'라고 생각해줬으면 참 좋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