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행정 시절 동기의 결혼식을 다녀와서..
교행은 할만해?ㅎ
오늘은 일반행정 시절 동기였던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비록 내가 구청에서 일을 그만둔 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면직 후에도 남자 동기들끼리 '91모임'(91년생 모임 ㅎ) 등으로 종종 만나왔고, 무엇보다도 곧 나와 결혼을 할 동기이자 여자친구인 사람이 여전히 구청에서 일반행정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원면직을 하고 교육행정 공무원이 된 내가 이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는 것이 결코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정해진 운동을 하고,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옷을 갖춰입고, 함께 결혼식에 갈 여자친구를 차에 태우고 친구의 결혼식장으로 출발했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커플이 결혼을 한다는 4월의 하늘은 아주 파랗고 깨끗했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여자친구와 함께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의 결혼식장은 웨딩홀 건물의 1층에 있었다.
결혼식이 열리는 ooo홀 앞에서 신랑복을 입은 친구와 인사를 하며 서있으니, 면직 이후 처음 보는 구청 사람들의 얼굴이 중간중간 스쳐갔다. 그들 중에는 의원면직을 하기 전, 구청에서 일할 때, 업무적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도 종종 섞여있었지만, 조직에서 나와 이방인의 입장으로 그들을 바라보니, 신기하게도 내 마음 속엔 그들에 대한 과거의 불쾌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만 남아있었다.
나는 지나가다 만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살갑게 인사를 했고, 그들도 반가운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아무리 오랜만에 본다곤 하지만, 조직이 싫다고 뛰쳐나간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신랑신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식장에 앉아 결혼식을 감상했다. 신랑신부가 혼인서약서를 낭독하고, 신랑신부의 친구들이 차례로 축가를 불렀다. 막판엔 신랑 쪽 친구들이 신랑을 무대로 끌고 나와 같이 '싸이 춤'을 추기도 했다.ㅎㅎ
신나고 즐거운 결혼식이었다. 특히 신랑 쪽 아버지가 결혼하는 아들을 위해 쓴 축사를 읽는 대목에선 괜히 내가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연수원에서 너무도 어리고 팔팔했던 두 동기가 5년이 지나 어른이 되었고, 이제 부모의 품을 떠나 한 가정을 이루려하고 있다. 여전히 아기같은 그들의 얼굴에선 환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그들은 분명 한 단계 성장해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연회장에 앉아 밥을 먹고 있으니 구청에서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몇몇은 내게,
"나가서 어때? 교행은 할만해?ㅎㅎ
라고 묻기도 했다. 나는 그저 예의상으로,
"어휴...공무원 다 똑같죠 뭐...ㅎ 이렇게 7급 진급 빨리 될줄 알았으면 저도 여기 남아있을 걸 그랬어요.ㅎㅎ"
라고 대답했지만, 나와 여자친구의 편안한 모습에서 내가 잘 지내고 있는 것을 그들이 자연스레 느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결혼식을 볼 때마다 참 많은 감정이 교차되곤 한다. "저들은 어떻게 만났을까? 저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자식을 떠나보내는 저들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
또 주책이긴 하지만 가끔 눈물이 난다. 그만큼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이란 것이 삶의 단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그만둔 직장의 옛동료들도 보고 여자친구와 곧 있을 우리들의 결혼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참 색다르고 즐거운 하루였다. '2022년 4월 23일 토요일' 하루 동안의 주인공이었던 신랑신부 부부가 평생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정을 꾸려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