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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25. 2022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

그만둘 때 고려해야할 5가지

 안녕하세요. 옹기종기입니다. 오늘은 정보글 아닌 정보글(?)을 하나 써볼까 하는데요. 주제는 '의원면직'에 관한 것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D


 제 브런치에 검색을 통해 들어오시는 분들의 검색어를 살펴보면 '의원면직', '교행면직', '공무원 퇴사', '면직 절차'와 같이 퇴사, 의원면직과 관련된 정보 혹은 후기를 찾기 위한 방문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현직 공무원분들 중에서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일매일 퇴사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 되겠죠.


 저 역시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의원면직에 대해 고민해왔고, 실제 그것을 실천한 사람으로서 퇴근 후에 의원면직을 검색하고 있는 공무원님들의 깊은 고민에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들어온 직장이고, 많은 것을 바라고 들어온 것도 아니건만 일은 지저분하고 부조리하며 처우는 갈수록 나빠지고 연금개혁이다 기능직 전환이다 뭐다해서 점점 가진 건 없는데 잃는 것만 많아지는 듯한 이 기분.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이상할정도의 상황이긴 합니다. 저 역시도 여전히 공무원인 입장으로서 가끔 힘이 들때면 '다시 의원면직을 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해요. 물론 이제는 실천하면 안되겠지만요..ㅋㅋ


 하지만 무슨 일이든 깊이 생각하지 않고 홧김에 저질러버리면 그 후회가 훨씬 더 깊이 남는 법이겠죠. 혹시나 정말로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후회 한 점 없는 깔끔한 퇴사가 되기 위해 제가 지금부터 나열하는 5가지 사항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시고 총무과에 사직서를 제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면직 선배(?)로서 다음 5가지 사항 중 고민해보지 않은 부분이 있는 분이라면 조금 더 면직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시라고 하고 싶네요.ㅎㅎ


1. 사람 때문에 그만두지 마라.


 공무원은 다른 조직에 비해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이고, 정년이 보장되다보니 소위 '이상한' 사람이 다른 직장에 비해 많이 살아남아 있는 조직 특성을 보입니다. 직원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고 엑셀이나 한글을 1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일찍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5급 과장 자리에 앉아 연봉 1억을 받는 식입니다. 힘들게 공부하고 들어와 200만원도 채 안되는 월급 받으면서 부서의 일이란 일은 다 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울화통이 치밀겠죠..ㅎ

 하지만 비율의 차이만 있을 뿐 이상한 사람은 어느 직장에나 존재합니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공무원 업무가 자신에게 맞고 단지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혹은 수준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의외로 이상한 사람은 공무원 조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직에서든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2. 내가 힘든 부분이 어느 것인지 명확히 해라.


 공무원 일을 하면 힘들죠. 아무 일도 안해도 그저 출근해서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다만 종종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 중에서 '정확히 뭐가 힘든데?'라고 물어보면 구체적으로 답변을 못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자신에게 안 맞고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퇴사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힘든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지 못하고 이 조직에서 나가게 된다면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예상치 못한 혼란이 또다시 찾아올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공무원 퇴사는 내 인생의 걸림돌을 '해결'하는 개념이 아니라, 단순히 '도피'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겠죠.

 참고로 저는 주어진 일만 착실히 수행하면 되는 공무원의 업무적 성격에는 만족했으나, '민원'과 '비상근무'라는 '예측 가능하지 못한 비논리적 돌발 상황'이 너무 싫어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교행으로 옮기고 나니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되어 지금은 꽤나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힘든 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먼저 구체화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3. 나가서 무얼 할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라.


 주변 동료들을 보면 종종 5급, 7급을 공부했거나 전문직을 공부하다가 아깝게 떨어지고 취직은 해야겠단 마음에 9급으로 입직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친구들이 퇴사를 고민하면 더 고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조직에서 나가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합니다. 그 친구들에겐 나가서 할 것이 있기 때문이죠. 자기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에너지가 아직 남아 있는데 이 곳에 갇혀 있단 생각이 든다면 당장 박차고 나가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별 가치도 없는 '9급 공무원' 자리에 얽매여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한다는 건 경제적으로도 너무 바보같은 선택이 되겠죠.  

 하지만 나가서 내가 무얼 할지, 하고 싶은 것도 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쉬고 싶다.' 혹은 '놀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조직을 나가는 건 정말이지 말리고 싶습니다. 퇴사 후에 모아둔 돈으로 해외 여행 한 달 다녀오면 다시 냉혹한 현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만약 진정 퇴사를 하고 싶다면 의원면직한 다음날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확실히 정하고 나서 퇴사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4. 남하고 비교하지 마라.


 공무원은 월급이 참 작죠. 호봉이 쌓이기 전인 초반 경력 때는 200만원도 안되는 월급에 소위 '현타'가 올 때가 많습니다. 반면 사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은 월급 300만 원은 기본이고,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이 된 친구들은 같은 나이에 연봉 6천, 7천만 원을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공무원 월급은 더더욱 초라해보이죠.

 하지만 객관적으로 대한민국 일자리 시장에서 여전히 '공무원'이란 직장은 급여적으로도 꽤나 메리트가 있는 직장입니다. 후에 연금으로 돌아올 기여금이 빠진 상태에서 월급이 들어오기 때문에 유독 더 작아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호봉과 진급에 따라 차곡차곡 올라가는 연봉 상승도 다른 직종에 비해 결코 낮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그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공무원은 월급이 너무 적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 박차고 나오시는 실수는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왜 공무원이 됐는지 생각해라.


 마지막입니다. 지금 공무원으로 일을 하고 계신 여러분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신분이 정해져 있어서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의 선택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합격한 후 지금의 직장에 다니는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취준생 시절 다른 수많은 가능성을 접어 둔 채 공무원이 되려고 한 데에는 자기 자신만의 이유가 있었겠죠. 워라밸이 됐든, 사회적 지위가 됐든, 안정성이 됐든 그 이유는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희미해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지치고 상처받길 반복하다보면 '내가 고작 200만원 받으려고 이 갖은 고생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정말 여러분이 공무원 생활하면서 얻는 것이 고작 월급 200만 원뿐일까요? 합격 후에 직장을 다니면서 누리고 있는 것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공무원을 때려치고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순간, 쌓여 있던 문서함의 공문도 사라지고, 나를 찾는 민원인의 전화도 하루 아침에 사라지겠지만, 여러분이 '공무원'으로서 인지하지 못하고 누리고 있었던 모든 것들도 동시에 사라집니다. '공무원을 박차고 나간 멋진 사나이'라는 타이틀도 한 달쯤 지나면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서서히 잊혀지고 여러분은 그저 '나이 든 백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ㅎ


 지금까지 공무원 의원면직을 하기 전에 고민해봤으면 하는 것들 5가지를 선정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에 기반한 글이므로, 중간중간 조금 불쾌한 표현이 나왔다고 해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타이틀엔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쓰는 글이라고 했지만, 한 편으론 여전히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제 자신'에 대해 쓰는 글이기도 하니까요.ㅎㅎㅎ 모쪼록 여러분이 실제로 의원면직을 하시든, 아니면 마음을 다잡고 지금 있는 조직에서 계속 '존버'하시든 여러분의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하시길 바라며 긴 글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일요일의 늦은 밤 마저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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