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직 후 처음해 본 시험 감독관
토요일 아침 잠의 소중함
예전 일반행정직 신규 시절, 친하게 지냈던 동기 한 명은 자신이 공무원이 되면 무엇보다도 바로 '시험 감독'을 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자신이 공무원 수험생일 때, 수험생들의 답안지에 감독관 사인을 해주고 무료한 표정으로 칠판 앞에 앉아 있던 시험 감독관들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그 친구는 입직을 하자마자 그 해의 4월 국가직 시험의 시험 감독을 신청했다. 그리고 곧바로 부감독으로 선정이 되어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시험 감독 경험을 입직 한 달만에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국가직 시험이 끝난 후 그 친구가 '제○○ 고사실 감독관'이라고 써진 표찰과 함께 찍은 셀카를 동기 카톡방에 당당하게 업로드했던 모습이 아직까지도 눈앞에 생생히 떠오른다.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로망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돈벌이일 수도 있는 이 시험 감독이란 경험을, 공무원 입직 후 지난 몇 년동안을 미루고 미루다가, 공무원이 된 날로부터 무려 5년 6개월이 지난 바로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경험해보고 왔다.
오늘 다녀온 시험의 스케줄은 이러했다.
먼저 시험 시작 한 시간 전쯤 시험이 치러지는 학교에 집결해 시험 감독관이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진행해주신 총괄 책임자분은 아마도 채용 기관으로부터 시험 대행 용역을 받고 일을 하시는 사업체의 직원분 같았는데, 설명이 너무 꼼꼼하고 좋아서 나같이 처음 시험 감독관을 해보는 사람들도 사전 교육만 집중해서 잘 들으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감독관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육 후에는 시험 감독관 패찰을 목에 걸고 단단히 봉인된 봉투에 들어 있는 답안지와 시험지를 가지고 배정된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내 방송에 따라 응시생들에게 시험 유의 사항을 고지하고 시험지와 답안지를 나눠준 후, 시험을 진행했다.
다행히도 시험 도중엔 생각보다 별다른 특이 상황이 발생하거나 하진 않았다.
시험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부정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지, 중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떼 쓰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지, 종료 방송이 나오고 나서도 답안지에 마킹을 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지, 꽤나 걱정을 했었는데, 적어도 내가 들어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 응시생들만큼은 모두 말 한 마디 없이 내 요구사항에 순순히 따라주며 무난하게 시험을 치러 주었다.
그렇게 2시간 30분의 시험 시간이 다 지나간 후, 시험 종료 종소리와 함께 응시생들에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제출 받고, 고사본부에 시험지와 답안지를 전달하는 것을 끝으로 내 공무원 생활의 첫 번째 시험 감독관 알바가 끝이 났다.
처음으로 해본 시험 감독관 알바에 대한 소감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업무 강도에 비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꿀알바(?)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오전에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여유로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냥 꿀이기만 한 일은 또 아니라는 것이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 용돈 벌이로 종종 참여하면 참 좋을 알바이지만, 부업 느낌으로 매주 참여하는 건 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매주 시험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교행직 공무원들 사이에 시험 감독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늘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아니지만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오랜만에 고사장에 가 수험생 시절의 기억도 떠올려 보고, 큰 돈은 아니지만 소소한 용돈 벌이도 할 수 있었던, 간만에 아주 소중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주말 아침에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 교육행정직 공무원분들이시라면, 가끔씩은 주말 아침의 꿀 같은 아침 잠을 포기하고서라도 시험 감독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유튜브 <피식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