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Jul 15. 2024

공무원에게 뒷담화란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면

 어떤 직장에 가던 그 직장을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아는 소위 '빌런'이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몇몇 눈에 띄는 사건과 그에 따른 뭇사람들의 확대 재생산의 결과로 인해 완전히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힌 그들은, 공직 생활을 하는 내내 빌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을 감내하며 공직 생활을 이어나간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빌런이라는 표현조차 아까울 정도로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소위 빌런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무조건 못한다고 떼를 쓴다거나, 앞뒤 안가리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그냥 출근 자체를 안(?)해 버리는 경우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진성 빌런들을 제외하고, 조금은 억울한 이유로 빌런이 된 사람들 역시 꽤나 다수 존재한다. 본인의 일을 착실하게 하면서도, 또 나름대로 기피 부서에서 고생함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사회성 부족 때문에 혹은 공직 사회 특유의 '뒷담화 문화' 때문에 졸지에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경우다.


 몇백 명 혹은 몇천 명 단위의 작은 조직인 공무원 조직은 마치 '작은 우물'과도 같은 특성을 지닌다. 한번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을 채울 때까지 조직을 떠나지 않으며, 조직 생활을 한 지 10년정도 되면 웬만한 조직 구성원들을 다 알게 되는, 꽤나 폐쇄적이고 비순환적인 구조의 조직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동료 직원들의 뒷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물론 하릴없이 남 뒷담화나 까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주도 되긴 하지만) 인사철이 되면 "그 사람 어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구성원들 사이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떠돈다.


 문제는 이런 뒷이야기들이 대부분 주관적인 관점에서 형성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한번 나쁘게 형성된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오랜 시간 확대 재생산 되어 많은 사람들의 머릿 속에 '저 사람 이상한 사람이야.'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만든다.


 가령 이런 경우다. 어떤 팀이 하나 있다. 팀장을 비롯한 팀원 네 명 중 세 명은 성향이 찰떡같이 맞아 매일 같이 팔짱을 끼고 다니며 회사 동료 이상의 친분을 과시한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한 명은 성향이 약간 달라 그 무리에 끼지 못하고 데면데면 한 채로 회사 생활을 이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을 비롯한 다수 팀원들의 성품이 올바르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들의 성품이 그다지 올바르지 못하다면(특히 팀장이), 무리에 끼지 못한 그 한 명에게 하기 싫은 애매한 일들을 조금씩 몰아주기 시작한다.


 그 정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수에 의한 그 '조용한 폭력'을 묵묵히 견뎌낸다. 어차피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해봤자 머릿수에서 싸움이 안될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그 정도에 따라 이 부조리한 상황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래서 팀장에게 잘못된 점을 솔직히 말하고, 대화가 쉽사리 풀리지 않아 고성이 오가는 싸움까지 이어진다. 이에 다른 팀원들까지 싸움에 끼어들어 팀장의 편을 들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평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던 설움까지 복받쳐 더더욱 자신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사람과 나머지 팀원 3명 간의 관계는 완전히 회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고, 이 팀장과 팀원들의 입을 통해 이 사람은 조직에서 적응도 못하고 다짜고짜 화나 내는 그런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 사건의 전후 사정은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트러블이 발생했다는 그 사실에만 집중해 귀를 쫑끗 세울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사람이 된 이 사람에게 대단한 흠결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보다 일도 많이 했고, 관계를 위해 참을만큼 참기도 많이 참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이 사람이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다수에 의해 행해지는 부조리에 끝까지 '꾹' 참지 못한 것 그 하나뿐이다.


 그렇기에 작은 우물과도 같은 공직 사회에서 계속해서 '무난한 사람'으로 남으려면 웬만한 부조리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그냥 눈을 감는 연습부터 해야한다. 공직 사회가 그다지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만큼, 합리적인 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이 공직 사회이기 때문이다.


 경험상 안좋은 소문이 돌아서 같이 일하기 꺼려졌던 사람들도 1대1 관계가 되어 진중하게 그 사람과의 대화를 나눠봤을 때, 의외로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사람인 경우가 꽤나 많았다. 오히려 반대로 성격 좋고 일 잘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잔뜩 기대했는데 지독할 정도로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사람이었던 경우 역시 꽤나 많았다.


이런 걸 보면 '괜찮은 사람'이란 정의는 상황에 따라 구성원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앞으로 이런 공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처세는 어떤 걸까? 보고도 못본 척, 듣고도 못들은 척, 화나도 즐거운 척, 싫어도 좋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은 없지 않을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 시대에 공무원으로 사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