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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24. 2024

공무원으로 10년만 버텨라

버틴 아내와 못 버틴 나의 차이

아주 예전부터 그런 말이 있었다.


'공무원은 처음만 힘들지 딱 10년만 버티면 굉장히 할 만해진다.'​


반복되는 업무를 하는 공무원의 특성상 10년차 정도 되면 웬만한 종류의 업무는 다 해보게 되니,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 10년차 이후부터는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확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러니 다들 적응에 힘들어 하는 신규 공무원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일단 10년만 버텨보라고들 한다.


요즘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마냥 헛소리인줄만 알았던 그 말이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2018년 초에 나와 함께 일반행정직으로 입사한 와이프는 어느새 7년차에 접어드는 공무원이 되었다. 말이 7년차지 중간중간 업무가 자주 바뀐 걸 생각해보면 웬만한 부서에서 편하게 있었던 10년차 공무원들보다도 훨씬 많은 일을 경험해왔다. 단순 민원 발급부터 서무회계, 예산, 급여, 시설관리, 주민참여사업 등등.


최근에도 부서 사정상 기존에 하던 일을 다른 직원한테 넘겨주고 6개월 만에 또다른 일을 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 아내의 반응이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아니 또 업무를 바꾼다고? 진짜 너무하네. 이제 겨우 바뀐지 6개월 됐는데."

"처음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천천히 보니깐 전에 했던 일이랑 거의 겹치더라고."

"그래? 언뜻 보기엔 완전 달라보이는데?"

"디테일한 것만 조금 다르고 전체적으론 거의 비슷해. 초반에만 고생하면 될 것 같애."​


그러고 나서 일주일쯤 지나니 확실히 와이프의 표정이 발령 직후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발령 직후에는 모르는 일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었는데, 막상 일을 빠르게 파악하고 나니 별 것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무원은 10년만 버티면 할 만해진다는 선배들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내가 공직 생활 내내 중간중간 면직을 하고, 이직을 하고, 휴직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와이프는 한 자리에 남아 계속해서 변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


내가 고통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다닌 만큼 와이프는 정면으로 고통을 받아들였고, 눈깜짝할 사이 시간이 지나 어느새 웬만한 일은 두렵지 않게 해낼 정도의 능력과 경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와이프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무리 공무원의 미래가 어둡다고 해도 꼭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그저 묵묵히 버티고 적응하고 견뎌내는 것도 충분히 현명한 대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터널이 길고 어두워 보여도 열차를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하면 그 끝엔 언제나 밝은 빛이 쏟아지는 출구가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공무원 재직 기간 10년이 넘어가면, 그때부터 만 65세부터 지급되는 공무원 연금의 수령 자격이 생긴다.


나도 복직 후에 와이프처럼 직장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최소 10년은 재직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공무원 생활에 임해야겠다.


하... 이제 딱 5년 남았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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