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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안식월, 어짜피 못쓸텐데?

충청남도의 안식월 조례 개정

by 옹기종기

최근 충청남도의회에서 재직 15년 이상 공무원들에게 '안식월'을 부여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재직 중 1회 사용할 수 있으며 퇴직 2년 전까지 사용 가능한 특별휴가다. 이 기사 제목을 보는 순간 내용을 읽기도 전에 짜증부터 확 올라왔다.


일단 조례가 개정된 것도 아니고, 개정 '추진' 중인 사안이다. 더군다나 전국 지자체에서 다 시행하는 것도 아니고 충청남도 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조례가 개정되어 정말 충청남도 소속 공무원들에게 '안식월'이 부여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정상적으로 근무중인 공무원들은 그 휴가를 결코 쉽게 쓰지 못한다. 안식월 휴가를 가 있는 30일동안 그 휴가자의 업무를 대신해줄 사람이 절대 보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99%의 확률로 의원면직, 명예퇴직을 앞둔 사람들이나 원래부터 맡은 업무도 거의 없고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들만이 자유롭게 안식월 휴가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노는 사람은 더 편하게 놀고 일하는 사람은 더 힘들게 일하는 공직 사회 특유의 병폐가 더 극심해지는 결과만 가져올 게 불보듯 뻔하다.


아니나다를까 관련 기사의 댓글창엔 이미 하는 일도 없는 공무원들한테 혜택만 몰아준다는 부정적인 댓글이 가득 달려있다. 이렇게 실제 혜택은 전혀 주지 않으면서 부정확한 기사만 생산하여 가뜩이나 고생 중인 공무원들을 또다시 세금이나 파먹는 무능한 인간들로 만들어버리는 언론 플레이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이런 쓸데없는 제도 만들 시간에 일 안하고 일 못하는 공무원들 전부 다 잘라버리고 조직에 도움되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공무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면 지금 공직 사회에 퍼져 있는 대부분의 병폐는 해결될 것이다.


정 저렇게 쓰지도 못하는 휴가로 생색을 낼 거라면 아예 부서마다 '특별휴가 대체 인력'부터 먼저 배치하여 업무 공백으로 인해 개인 연가조차 편하게 쓰지 못하는 현 상황부터 개선해놓아야 한다.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돈 한 푼 안드는 특별휴가 부여로 생색을 내봤자 그걸 고마워하는 공무원은 원래부터 일 안하고 편하게 생활하던 공무원들밖엔 없을 것이다.


위선을 내려놓고 그냥 머릿 속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대로만 조직이 굴러가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 된다. 이 사실을 다 알면서도 언제나 본질을 벗어나는 선택만 하는 이 조직이 정말 너무 지겹다.


* 배경 출처: 영화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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