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0]나는 왜 공직을 그만뒀을까...?
가뜩이나 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팀장, 동장은 민원대 아주머니에게 내가 비상근무를 서면서 볼멘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이전보다 훨씬 더 똘똘 뭉쳐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무조건 딴지를 걸었고, 다른 직원이 한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을 마치 내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긴 양 당연하단 듯이 덮어씌웠다.
“OO 씨, 이리 와 봐. 이거 내가 이렇게 하지 말랬지? 계속 이러네?”
“아… 팀장님 죄송한데 그거 제가 한 게 아니라 XX 주사님이 하셨습니다.”
”……그러니깐! OO 씨가 실수를 계속하니깐 내가 신경 쓰게 되잖아. 똑바로 하라고.“
사무실 내 가장 높은 위치의 사람들이 합심해 신규 직원 한 명을 괴롭히니, 그 아래 다른 직원들 역시 혹여 나와 엮여 더러운 꼴을 당하진 않을까, 티나지 않게 나를 피했다. 시간이 갈수록 같은 사무실에 앉아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나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팀장, 동장의 인신모욕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완벽한 업무 처리를 해야한다는 압박에 단순한 공문 처리에도 수십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보안이 걸려 내가 마지막으로 사무실 문을 잠그고 나가는 날에는 혹여 보안을 잘못해 경비 업체에서 팀장에게 문자라도 보내지 않을까 확인한 걸 또 하고 또 하였고, 집에 갔다가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퇴근 후 다시 사무실에 들러 다시 한번 보안을 확인했던 것도 여러 번이었다.
정상적인 관계였다면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아무 일도 아니었을, 무의미한 일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살다 보면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너무나도 괴로운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 줄기 구원의 빛이 내려왔다.
바로 비정기 인사 발령으로 민원대 한 자리에 공석이 생긴 것이었다.
인사발령 공문 속에 적힌 우리 동사무소 발령자는 총 2명이었다. 민원대에 있던 8급 여자 주무관 한 명이 구청으로 발령 났고, 반대로 구청에 있던 7급 남자 주무관 한 명이 우리 동사무소로 오게 되었다.
문제는 새로 오는 남자 주무관의 나이와 경력이 꽤 많았다는 거였다. 민원대에 있던 직원이 발령 나고 그 자리를 채우는 1대1 발령이었지만, 신규 급이나 하는 단순 반복 업무인 민원대 업무를 나이 지긋한 7급 남자 주무관이 이어서 하기엔 누가 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인사 발령 공문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장실에선 업무 분장과 관련한 팀장, 동장의 회의가 시작됐고, 회의를 시작한 지 10분이나 됐을까. 동장실 문이 살짝 열리더니 팀장은 건조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OO 씨, 지금 잠깐 들어와 봐.”
동장과 팀장은 상황 설명을 하며 내게 새로 오는 7급 주무관에게 청소 자리를 넘기고 민원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둘 다 평소 사납던 말투와는 사뭇 다른 꽤나 상냥한 말투였다.
당시 나는 청소 업무를 맡은 지 4개월 정도 됐던 시점이라 익숙해진 업무를 버리고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게 부담스럽게도 느껴졌지만, 뒷 다이에서 바라보는 민원대 직원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여유로웠기에 나는 찰나의 고민 후 동장과 팀장을 번갈아 쳐다보며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사실 팀장, 동장이 나를 부른 이상 나에겐 이미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형식적으로나마 내 의견을 물어보는 시늉이라도 해준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인사발령 바로 다음 날부터 나의 4개월의 짧은 청소-재난-민방위 생활이 끝나고, 향후 1년 6개월 동안 이어질 민원대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PART 11에서 이어집니다!)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