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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14. 2022

마음이 아플 때, 중독이 찾아온다

2년차 공시생 시절의 이야기

 두 달 전부터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이 좋은 쪽으로 변했지만, 좋지 못한 쪽으로 변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 브런치 글에 대한 다른 분들의 반응을 보기위해 시도때도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 브런치 앱을 켜서 어제 총 조회수를 확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하루에 수십 번씩 브런치 앱을 켜서 댓글과 조회수를 확인한다. 하루 종일 행정실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또 집에와서도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내 자신을 보고 있으면 가끔 이 '중독'의 정도가 내 건강과 생활에 너무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브런치&핸드폰 중독에 빠져버린 지금의 나를 채찍질할 겸 2년차 공시생 시절의 '중독'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ㅎ


 막 대학을 졸업하고 호기로운 마음으로 공시를 준비했던 2016년의 자신만만했던 나와는 다르게, 두 번의 불합격을 경험하고 인생이 어쩌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겠다란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2017년의 나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도서관에 앉아 열심히 공부를 해도 "시험에 붙을 수 있을까?"라는 내 자신에 대한 의문이 반복적으로 찾아왔고, 이미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자리를 잡은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열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공시생 시절을 겪어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공시생 신분일 때에는 일상생활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정말 마땅치 않다.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또 듣고 오면 그 잔상이 머릿 속에 남아 한동안 공부가 안되기도 할뿐더러, 결정적으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의 우울감 섞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 자체가 이 세상엔 기본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누구라도 공시 공부 기간이 점점 길어지게 되면, 평생 영원할 것 같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하나둘씩 멀어지게 되고, 단단하게 나를 받치고 있던 자존감도 조금씩 허물어지게 된다.


 점차 그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자연스레 노력을 들이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값싼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그게 나에겐 햄버거, 치킨, 피자 같은 정크푸드를 '배가 아플 때까지' 먹는 것이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더 이상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양, 쉴새없이 음식을 입 안으로 밀어넣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 언제나 극심한 '현타'가 찾아왔다. 이어서 극심한 외로움이 나를 한 번 더 덮쳐왔고, 내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나라는 자책도 늘 함께 찾아왔다. 그렇게 반복되는 폭식과 함께 당연히 내 몸은 점차 망가져갔고, 키에 비해 적게 나가던 몸무게도 대학 시절에 비해 20kg가 넘게 증가하여 거울을 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고 눈물이 날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끔찍하고 참담한 시간들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무너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2017년 하반기 시험에 겨우 합격하여 그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만약 그 '중독'의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졌다면 아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내 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합격 이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공허함이나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았고, 세 자릿수에 육박하던 몸무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대학 시절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멀어졌던 인간관계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방황의 시간이 길었던 것에 비해 회복은 꽤나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그 때의 기억을 되돌려 보면 결국 사람은 자신의 '중심'이 무너지고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때, 자제력을 잃고 평소 취약했던 부분의 '중독'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에 따라 그 중독의 형태는 '도박'이 됐든, '술'이 됐든, '담배'가 됐든, 혹은 어떤 것에 대한 '집착'이 됐든 여러 가지 형태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그게 평소 억누르고 있었던 욕구인 '먹는 것'에 대한 욕구였다.


 그래서 만약 내가 무언가에 '중독'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면, 무작정 그 중독된 행동을 억누르고 참기보다는 내가 과연 어느 부분에서 '마음의 병'이 시작되어 이런 중독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 지를 먼저 살펴봐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된 지점을 찾아 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분명히 마음의 어느 부분이 억눌려있고, 그것이 해결되지 않아 그에 따른 보상 작용으로 어떤 것에 대한 '중독'이 발현되는 것이고, 그 억눌린 부분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그 '중독'의 증상은 자연스레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고민 끝에 나를 억누르는 '마음의 병'을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더라도, 나를 둘러싼 문제가 됐든 아니면 내 자신의 문제가 됐든 그것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중심이 무너져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며 더 깊이 중독에 빠져 인생을 비관하는 것 보다는, 정신을 차리고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어렵지만 조금씩이라도 찾아보는 게 내 인생을 위해 더 나은 행동이 되지 않을까? 마치 내가 2017년의 수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유일한 목표를 합격으로 잡고 열심히 공부해 결국 그 중독의 원인을 해소한 것처럼 말이다.


 나부터도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올바르게 해소하지 못해 이렇게 다시 브런치&핸드폰이라는 중독에 빠져버렸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서서히 스며드는 '중독'이라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것에 순응하지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그 원인을 찾고 그것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자세로 그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셨으면 좋겠다.


 그럼 마음의 병도 없고 중독도 없는 상쾌한 내일을 꿈꾸며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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