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May 26. 2022

남과의 비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자존감에 대한 교행직 공무원의 생각..ㅎ

 2020년 가을,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그만두고 다음 직장으로 무슨 일을 할까 고민에 빠져있던 시기에, 내가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란 직장을 다음 진로로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내가 교행직 공무원이 되면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평생 '교사'들과 비교해 소외된 입장으로 일을 해야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터넷 공간에서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보면 객관적으로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장단점에 대해 쓴 글들보다는 유독 '교사'라는 직업과의 '월급, 근무환경, 사회적 인식' 등에 대한 비교를 기반으로 한 글들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교사는 방학 때 출근하지 않는데 교행직 공무원은 방학 때 쉬지도 못하고 출근하고, 교사는 본봉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을 추가로 받아 실제 월급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데 교행직 공무원은 본봉을 제외하면 수당이 거의 없어 실제 받는 월급이 교사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라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되어 실제로 일을 해보고, 또 나와 함께 입직한 똑똑하고 예의바른 동기들의 면면을 보면서 '아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현재는 매우 만족하면서 하루하루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구청 총무과에 사표를 내고 다시 공무원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올해 1월 1일자 발령이 나서 실제로 학교 행정실에서 일을 하기 전까지 느꼈던 '상상 속의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의 패배감 혹은 열등감은 사실 남들에게 이야기하기엔 꽤나 심각한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과의 비교'에 굉장한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간다. 아마도 작은 영토 안에 많은 사람들이 빽빽히 모여사는 생활 환경과, 인적 자원이 거의 유일한 경쟁력인 국가 현실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줄세우기 문화'가 대한민국 사회에 아직까지도 여전히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학창 시절엔 나보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한 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리고, 직장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회사의 네임밸류나 연봉에 따라 남과 나를 비교한다. 또 결혼 여부에 따라, 지금 사는 집이 전세냐 자가냐에 따라, 자식을 키우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자식이 잘났냐 못났냐에 따라 끊임없이 주변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며 다신 돌아오지 않을 아까운 젊은 날을 낭비하며 살아간다.


 아마도 내가 발령 전에 느꼈던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의 열등감 역시 위에서 얘기한 '줄세우기 문화'에 익숙해진 한 사람으로서 발현된 몹쓸 자기 학대의 한 예시가 되지 않을까싶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불안정했던 20대를 지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또 실제로 몇 년 간의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남과의 비교'를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내 스스로 조금의 태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나보다 객관적으로 나은 입장에 위치한 사람들을 만나는 걸 본능적으로 꺼렸었고,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들이 내 귀에는 지독한 '자기 자랑' 혹은 허풍이 섞인 '잘난 척'으로만 들렸었다. 그들은 그러한 의도없이 그저 자신의 평소 생각과 경험을 자연스레 말하고 있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당연히 시간이 갈수록 편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어 갔다. 그리고 결국 집단에서 소외되고 퇴보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는 성공한 이들이 그 위치에 올라가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험난하고 지루했던 과정들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들이 나보다 '운이 좋아서' 혹은 '더 많은 재능을 타고 나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간 것이라고 지극히 편협된 생각만을 가지고 그들의 성공을 바라봤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왜곡된 시선으로 남들의 모습을 바라봤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내 자신부터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에 대해 무겁게 고민하기 시작하고 나에게 남은 젊음과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는 내 태도에 있어서도 크나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과 나를 비교했을 때 이전엔 남보다 내가 나은 점을 찾으려 눈에 불을 켜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나보다 남이 나은 부분을 찾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 그들의 눈 앞에 보이는 능력이나 성공만을 바라보지 않고, 그들이 그것을 갖기 위해 들였을 인고의 시간과 노력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남과의 비교'를 통해 내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란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한 생명체로서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라도 '남과의 비교'에서 우리가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운 감정인 '남과의 비교'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드는 연료로 이용한다면,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열등감''패배감'이란 친구가 반갑고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도 남과의 비교를 떠나, 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아플 때, 중독이 찾아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