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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n 01. 2022

보상받지 못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삶'에 대하여

이토록 험난한 세상에서 공무원으로 살아가기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보상 심리'라는 것이 존재한다. 가령 밤을 새워 열심히 공부를 했으면 다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했으면 다음날 아침 줄어든 몸무게를 기대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이 '보상'이라는 것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계산되어 돌아오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학창 시절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른들이 늘 하시던 말씀인 '공부만큼 쉬운 게 없다'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기에는 더 큰 꿈을 가지고,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면, 나이가 들어 사회 생활에 익숙해진 지금은 더 욕심을 버리고, 더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된 지금이 학창 시절보다 능력도 훨씬 뛰어나고, 가진 것도 훨씬 많고, 누릴 것도 훨씬 많은데 말이다.


 뭔가 아이러닉한 상황인 것 같지만 우리는 우리내 인생에서 왜 이러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는 지를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삶이라는 건 살아가고 익숙해질수록 참으로 복잡하고 무서워지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앞에서 이처럼 '보상'이라는 것에 대해 꽤나 길고 자세히 얘기한 것은 정당한 보상과는 거리가 먼 급여 체계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 월급'에 대한 내 가벼운 소회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였다.


 일행이든 교행이든 공무원 신분으로 몇 년 간 일을 해보니 현재의 공무원 급여 체계에선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경력과 호봉에 따라 자동으로 급여가 오르고, 전국에 있는 모든 일반직 공무원들은 같은 호봉표에 따라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을 받는다.


 중앙 부처에서 밤을 새가며 나라 전체를 좌우할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공무원도 호봉표에 따라 같은 월급을 받고, 시골 동사무소에서 하루 종일 수다만 떨다 퇴근하는 민원대 공무원 역시 호봉표에 따라 같은 월급을 받는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1년 1년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같은 경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남들보다 10배, 20배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단지 동기들에 비해 고작 '6개월~1년 빠른 진급''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걱정섞인 주변의 칭찬뿐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이러한 몇 안되는 보상마저도 관리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말도 안되는 이유로 놓쳐버리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그러니 언젠가부터 '현명한 공무원'의 정의는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공무원'이 아니라, 적당히  문제 안생길정도로만 '쉬엄쉬엄 일하는 공무원'이 되어버렸다.


 나부터도 직장에서 지리멸렬한 일을 겪고 집에오는 차 안에서 '대충 일하는 공무원'이 되자고 매일같이 다짐하는데 하물며 그 어떤 공무원이 나라를 위해, 지역을 위해 자기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헌신할 수 있을까.


 직장인들 사이에서 웃자고 하는 말로 '노비 중에서도 부잣집 노비가 더 낫다.'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일과 직장이라는 올가미에 얽혀 평생을 버둥댈 바에야 돈이라도 많이 받자는 이야기이다.


 학생 시절엔 참 저 말이 저속하기도 한 것 같고, 저렇게 돈만 쫓는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며 혀를 찼지만, 녹록 않은 시험을 두 번이나 준비하고 매일같이 꽤나 많은 업무량과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도 3년째 고작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있으니 저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었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피어오른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우리 공무원들이 할 일도 점점 복잡해지고 많아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 공무원들이 받는 월급은 수십 년 전의 그것 그대로에 머물러있다. 액수뿐만 아니라 지급 체계 역시 수십 년 전 만들어진 호봉제에서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공무원연금 수급 문제 등 우리 공무원들의 급여 체계가 현실화되기엔 많고도 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힘든 시험을 뚫고 들어와 또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우리 공무원들에 대한 급여가 조금이라도 개선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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