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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27. 2022

숫자에 약하면 교행 일을 못할까...?

5달차 신규 교행이 느낀 교행 업무

 일반 사람들에게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하면 주로 '회계, 꼼꼼함, 행정실, 답답함, 박봉, 워라밸' 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정의는,


 '좁은 행정실 안에서 회계 일을 주로 하고, 일은 편하지만 소득이나 자존심은 내려놔야하는 직업'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실제로 발령받아 행정실에 출근해 일하기 전 공시생&합격생이던 시절에는 딱 위와 같은 이미지로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일해보니 위에서 얘기한 교행직의 특징이 실제와 꽤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는 것 같기는 하다. 교행에 대해 쓴 여러 글들 중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쓴 글들을 제외하면, 사실 현실의 교행과 인터넷에 퍼져있는 교행에 대한 이미지는 현실적으로 90% 가까이 일치한다.


 하지만 많은 공시생들이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들 중 하나인 '회계 업무'에 대한 정보들에는 조금의 오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행정실에 발령 나 5달 동안 일하면서 느낀 교육행정직의 '회계 업무'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회계'라는 단어 자체가 아직 공직에 들어와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선 굉장히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공시생들은 30년 공직생활 내내 '회계 업무'만 한다는 것에 굉장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낀다.


 실제로 세입, 지출, 급여, 계약 등 대부분의 업무가 '숫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민원이나 사업 추진이 주 업무인 일행에 비해서는 확실히 숫자&회계와 연결될 일이 많긴하지만, 이런 업무들을 고난도의 '회계' 업무라고 이야기하기엔 확실히 어폐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행에서 회계 업무라는 건 대충 이런 식이다.


 매년 그 해 학교에서 쓸 총 액수에 대해 수입계획과 지출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사업이든 급여 지급이든 각 사용처에 맞게 해당 예산과목을 찍어서 지불을 한다. 그리고 그 지불이 올바르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절차와 서류로 증빙을 한다.


 물론 이 '여러가지'라는 표현 안에 법률에 따른 여러 절차가 포함되겠지만 전반적인 개념을 설명하면 그렇다.


 그리고 매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해당 학기에 쓴 총 금액과 통장의 잔고를 비교해 최종 정산을 한다. 이 때 남는 사업비가 있으면 잔액을 반납하고, 정산이 틀린 부분이 있으면 그 틀린 부분을 찾아 학교회계장부와 통장을 일치시킨다.


 요약해서 결론만 이야기하면 '정부 예산으로 사업담당자의 요구에 따라 올바른 절차로 예산을 집행하는 부서'가 바로 학교 행정실에서 우리 교행들이 할 일이다. 일반행정 조직에 비유한다면 행정실이 구청의 총무과+기획조정실+재무과+시설과+민원과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교사들이 구청의 여러 '사업 부서'에 해당하고, 행정실이 구청의 '지원 부서'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사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문 해석 능력''꼼꼼함'이다. 어차피 숫자 계산은 계산기와 엑셀, 에듀파인이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에 회계법령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해당 회계절차에 대해 증빙하는 능력이 교행에겐 훨씬 더 요구된다.


 그래서 '수학, 숫자, 회계' 등의 단어에 너무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사칙연산만 문제없이 할 수준이면 교행일을 하는 데 이미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교행직의 가장 큰 맹점은 회계 위주의 업무가 아니라 증명서 발행부터 대규모 공사 계약까지 연관성이 전혀 없는 업무의 폭과 학교라는 이원조직 내에서 애매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교사와 공무직 사이에서 소수자로서 겪는 서러움이라고 할 수 있다.


 급여 자리를 제외하고는 딱히 '숫자'와 씨름하는 느낌이 드는 보직은 적어도 학교 행정실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급여로 발령 받은 동기들의 말을 들어보면 적어도 '급여' 업무는 여타 다른 업무에 비해 그 업무 난이도가 극악이긴 한 모양으로 아직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어설프게 소개할 수는 없으니 다음 인사발령 때 내가 급여를 맡게 된다면 먼저 경험을 해보고 이 곳에 '급여 자리'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실로 발령이 나면 '원인행위, 지출, 시방서, 수용비, 기타소득, DB형, DC형, 공유재산 등등...' 처음 보는 용어에 겁먹어 "아 난 이 일과 맞지 않는구나..ㅠ"라고 초반에 착각해서 극심한 마음고생을 겪는 안타까운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미 지리한 수험 기간을 견뎌내고, 또 합격이 가능한 점수에 도달한 사람들이라면 그 성실함과 학습 능력 자체로 교행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다는 인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행정직의 업무도 그렇지만, 교육행정직의 업무 역시 초반 6개월 동안의 혼란스러움만 버텨내면 그 이후의 업무 난이도는 처음과는 다르게 급격한 속도로 감소해 갈 것이다.


 혹시라도 워라밸 혹은 직주근접 등을 위해 교행으로 옮기고 싶은데,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숫자&회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보고 적어도 그 부분에서 만큼은 신경쓰지 말고 과감히 교육행정직 시험에 도전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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