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30대가 됐다. 28살에 첫 취직을 하고 같은 해에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고 그 후 때로는 행복하게, 때로는 우울하게 내 20대가 얼마 남지 않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어영부영 2년을 보내고 올해 나는 30대가 됐다.
나는 30대가 되면 정말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힘든 일이 있어도 티브이 속 드라마 주인공처럼 이를 꽉 물고 버텨내는 강인한 존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30살인 나는 17살 때 하던 고민을 그대로 하고 있다. 오히려 더 처절하게 하고 있다. 몇 번의 실패 경험이 축적돼서 그런 걸까.
10대엔 이런 생각을 했다.
'죽어라 공부만 해서 10대를 보내는게 맞는 걸까?...'
'그래 일단 대학 갈 때까지만 죽었다하고 하자.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걸 하자.'
20대엔 이런 생각을 했다.
'대단치도 않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내 20대 청춘을 스펙 쌓기에 태워버리는 게 맞는 걸까...?'
'그래, 일단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자.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렇게 30대가 되었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 벌겠다고 내 평생 맞지도 않는 회사에 바치는 게 맞는 걸까...?'
'그래... 더 늦기 전에 내 삶을 찾아 떠나자. 할만큼 했으니 이제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였지...?'
나도 분명 어렸을 때엔 하고 싶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작가도 되고 싶었고, 만화가도 되고 싶었고, 파일럿도 되고 싶었다. 친구들 앞에서 당당히 내꿈은 유명한 만화가가 되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다녔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실패의 경험, 사회의 차가움을 겪고 나니 저런 말들을 쉽게 내뱉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마음 속에 가득했던 꿈이라는 삶의 연료는 모두 고갈되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사실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당장 직장을 그만두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당장 몇년 간은 먹고살 돈도 모아놨다. 다만 지금 내 발목을 잡는 건 그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이다. 억지로 억지로 다니는 직장이지만 이것마저 사라진다면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나를 막아 세운다.
'하기 싫은 건 확실한데, 하고 싶은 건 없다.'
이 차가운 진실이 30대의 나를 고민하고 주저하게 만든다.
ps. 재작년 구청에서 일반행정직을 그만두기 직전에 쓴 일기입니다. 구청에서의 7개월동안 제대로 잠도 못들고 늘 화나있던 제 모습이 생생하네요 ㅎㅎ.. 그 당시엔 호기로운 마음으로 공무원을 그만두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다시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일기 내용 중 하기 싫은 건 확실한데 하고 싶은 건 없다..이 생각은 여전히 저때보다 2살이 더먹은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ㅎㅎ.. 그래도 저때의 고민과 고통이 거름이 되어 조금더 단단한 지금의 제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무게에 고민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