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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an 08. 2023

나는 의외로 공무원 체질이 아닐까

교행 공무원의 MBTI 검사 후기

 예전에 혈액형에 따른 유형 분류가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요즘 들어서는 성격유형검사의 일종인 'MBTI'에 따라 사람들의 유형을 세밀하게 분류하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다.


 공식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몇 가지 간단한 테스트를 거치면 16가지로 세분화된 MBTI 유형이 개인에 맞게 제공되는데, 그 개인별로 제공된 MBTI 유형을 기반으로 잘 맞는 음식, 잘 맞는 직업군, 잘 맞는 여행지 등 여러 정보를 찾아내 지인들끼리 서로 공유하고 즐기는 것이 어느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일상적인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MBTI 검사를 해봤다. 검사 결과 내 MBTI는 논리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ISTJ(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나타났다.


 검사 후에 볼 수 있는 MBTI 결과지에는 ISTJ 성향을 가진 사람에 대한 몇 가지 특성들이 일상적인 예시들과 함께 꽤나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ISTJ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직업군'에 대한 부분이었다.


 책임감 있고, 원리원칙적이며, 논리적이고, 독립적 성향을 가진 ISTJ 유형의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직업군으로는 주로 회계사, 변호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성을 가진 직종들이 주로 나열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전문직종들과 함께 뜬금없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ISTJ 유형의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대표 직업 중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 것이 아닌가.


 이 브런치를 운영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온 지난 약 5년간, 내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직업군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유형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며 살아왔다. 책임감 있고, 자존심 강하고, 매사에 진중하게 임하는 내 타고난 성격이 '게으름과 비효율이 가득'한 이 공무원 조직에 결코 동화될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내가 공직에 발을 디딘 그 순간부터 자연스레 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록 재미삼아 하는 MBTI 검사이긴 하지만, 내가 가진 성향에 가장 적합한 직업 중의 하나가 공무원이라니. 심지어 공무원들의 MBTI 중에 가장 흔한 유형이 나와 같은 ISTJ 유형이라니.


 하기야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공무원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도, 또 한번의 의원면직 후 다른 직렬의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도, 결코 나 자신이 누군가의 강요나 설득에 의해 그러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말그대로 100%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서만 공무원이란 직업을 무려 두 번씩이나 선택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 속에는 분명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내가 생각하는 나란 사람과 어느 정도는 어울리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본능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많은 사건을 겪고, 또 많은 세월이 흘러 그때의 판단을 잊어버렸을지언정 말이다.


 어찌 됐든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앞으로 공무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내 인생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지금까지와 같이 불평불만 속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 보다는, 공무원이 곧 나의 천직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분명 앞으로의 내 삶에는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기에 별 대단할 것은 없지만, 이번 MBTI 검사를 계기로 'ISTJ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이라는 '공무원'에 조금더 애정을 가지려 노력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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