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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Nov 30. 2022

공무원 눈에는 모든 게 공무원으로만 보인다

평생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않으려면

 얼마 전, 브런치에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내가 블로그와 더불어 동시에 글을 업로드 하고 있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는 '브런치 홈''브런치 나우'라는 탭을 통해 브런치에 게시된 여러 글들 중에서 인기 있는 글, 읽을 만한 글 몇 가지를 선정하여 이용자들에게 노출시킨다. 마치 유튜브가 '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노출 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브런치에 접속했을 때 해당 탭을 통해 노출되는 글들 중에는 '공무원'과 관련된 글이 유독 많았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야기부터 현직 공무원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 공무원을 그만둔 후의 이야기 등까지 글의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지난 몇 달간, "브런치 이용자들은 유독 공무원 컨텐츠에 관심이 많구나."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 글이 브런치에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려면 일단 무엇보다도 '공무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써서 올려야겠구나라고만 굳게 믿고 있었다.


하루 아침에 바뀐 메인글 구성


 그런데 얼마 전, 내가 나의 브런치 채널에 우연히 <브런치 운영진의 쪽지 하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업로드한 이후에는, 한 페이지에 적어도 1~2개씩은 있었던 공무원과 관련된 글들은 어느 순간 목록에서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넘기는 페이지마다 '브런치'와 관련된 글들이 반드시 1~2개 이상씩 노출되기 시작했다.


 왜 하루 아침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선호하는 트렌드가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이미 많은 분들이 눈치 채셨겠지만, 순진(?)했던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사실 브런치 운영진은 그동안 전체 이용자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기준만을 가지고 인기글을 노출시켰던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주제의 글들을 개별적으로 추려 '개인별 맞춤 방식'으로 이용자들에게 인기글을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런치야말로 공무원들을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구나!"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진실을 알고 나니 허탈하기가 그지없었다.


가려진 시선 너머엔 너무나 많은 것이 존재한다


 사실 가볍게 웃고 넘어갈 별 것 아닌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전부라고 굳게 믿었던 브런치의 모습이 사실은 브런치가 가진 모습 중에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듯이,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의 나 역시도 아직 알아채지 못했을 뿐,  '공무원'이란 국한된 키워드에 사로잡혀 지극히 제한된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직장인 일반행정직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볼 때 역시 나도 모르게 기존 직장이었던 '공무원'을 기준으로 삼고 그것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것보다 확연히 나은 직장을 갖는 것에만 몰입하여,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또다시 익숙하고 편한 길을 선택해버리고 말았다.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어떻게 보면 이미 2년 전에 공무원이란 둘레에 갇혀 무한한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을 한 차례 놓쳐버린 것이다.


 시야가 가려진 경주마처럼 우리는 바쁜 일상에 치여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을 전부라 믿으며 헐레벌떡 살아간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나와 다른 모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내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방향의 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언젠간 끝이 날 이 삶의 레이스의 종착점에 다다랐을 때, 내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 이외의 또다른 것들이 비록 내가 알지 못했을 뿐 무수히 많이 존재했었다고 뒤늦게 알아차리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그 허탈함을 별 다른 감정의 동요없이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한 번의 사소한 계기를 통해 '공무원이 아닌 나'로서의 도전하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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