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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an 12. 2023

하위직 공무원들의 임금 인상을 보며 드는 생각

당연히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마는

 얼마 전, 우울한 소식만 연이어 들려오던 공무원 조직에 정말이지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바로 8,9급 하위직 공무원들의 2023년 임금 추가 인상 소식. 9급 1호봉 5% 인상을 비롯해 9급 2호봉 4.69% 인상, 8급 1호봉 4.93% 인상 등 최저임금과 비슷한 임금을 받고 있던 저연차 8,9급 공무원들의 임금이 정부의 이번 추가 인상 결정으로 인해 많게는 5%, 적게는 2.68%까지 일괄적으로 추가 상승됐다. 전체 공무원 임금 상승과 별개로, 이번처럼 하위직 공무원들의 임금만 추가로 더 상승된 경우는 전 기간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9급 공무원들의 임금이 너무 박봉이라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죽어라 공부해서 고작 공무원 월급 받을 바에야 지금 당장 편의점 알바를 하겠다."


 라는 말은 공무원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인 2010년대 초중반에도 흔하게 들어볼 수 있는 표현이었다. 다만 그 당시엔 공무원 임금이 낮았던 만큼 최저임금 역시 그만큼 더 낮았었기 때문에 '정말로' 9급 1호봉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진 지금에 비해 사람들이 느끼던 심각성이 조금은 덜했을 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최저임금 상승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로 최저임금과 9급 공무원 임금의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2018년 16.4%, 2019년 10.9%, 2020년 2.9%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공무원임금 상승률은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 2.9%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몇 년 전부터 참다못한 하위직 공무원들의 임금 상승 요구가 단순 푸념에만 그치지 않고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고, 오랜 시간의 지루한 투쟁 끝에 이루어진 이번 결정을 통해, 미약하나마 8,9급 저경력 공무원들에 대한 약간의 임금 상승이 비로소 어느정도 현실화될 수 있었다.


 그런데, 물론 아예 아무 것도 안해주는 것보다야 당연히 훨씬 낫겠지마는, 한편으론 여전히 멀었다는 생각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앞서 말한대로 하위직 공무원들의 저임금 문제는 당장 올해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짧게는 지난 몇 년, 길게는 지난 수십 년동안 이어져온 문제였다. 단지 발언권이 없어서, 혹은 대항할 시간과 여력이 없어서, 우리 공무원 모두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 가난해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도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사이 우리 공무원들의 어깨에는 정당한 임금 인상은커녕 공공 복지의 확대로 인한 행정 업무의 급격한 팽창, 연금 고갈로 인해 반복되는 공무원연금 칼질, 무한대로 늘어나는 코로나19 관련 대민 지원, 전 사회적으로 이뤄지는 공무원들에 대한 조롱과 멸시까지... 듣기만 해도 온몸에 힘이 빠지는 짐들만 계속해서 얹혀져 왔다.


 그렇기에 이번 8,9급 하위직 공무원들, 그 중에서도 9급 1~5호봉, 8급 1~2호봉에 해당하는 저경력자들에 한해서만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 상승이 이뤄진 것에 대해 시원찮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가장 많은 폭이 올랐다는 9급 1호봉의 임금 상승률마저도 5~6%를 넘나들던 2022년의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데, 하물며 고작 1.7%가 오른 8급 3호봉 이상 공무원들의 실질 임금 삭감폭에 대해선 구태여 더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칼에 살짝 베인 상처는 반창고 하나만 붙인 후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지만, 상처가 깊어 속살이 비져나오고 뼈가 드러난 상처는 반드시 소독을 하고 꿰매기까지 해야 그제서야 조금씩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깊어진 공무원 조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세심한 치료가 여전히 더욱더 필요할 것이다.


 공무원 조직의 어려움을 마냥 모른 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챙겨주려 노력한 정부의 이번 결정에 고마운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 사실이지만, 이번 인상에만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가 지금보다 더 무너지지 않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허탈감에 조직을 떠나지 않게, 이번 하위직 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여러 방면에서 더욱더 적극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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