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면접 탈락 후 면접 스토리 구상… 길몽에 합격 기대감 커졌지만
푸른 바다와 검은 땅,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제주도는 내 일터가 아닌 가족 여행지로만 남았다. 제주도 한 공공기관의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내 응시번호가 없었다.
뭔들 어쩌랴. 나에겐 11년의 기자 경력이 있지 않은가. 나이도 적당하고, 그리고… 흠, 금방 새 자리를 찾을 수 있겠지.
그래도 면접의 아쉬운 부분을 곱씹어봤다. 기관의 비전과 성과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고 입사 후 포부도 구체화하지 못했다.
특히 “다수의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습니다”라는 내 자기소개는 “그럼 기자 계속하지 왜 전직하려고 하나요?”라는 반론을 만들었다. “기자로서 성공하지 못할 거 같아서요”라는 문장이 목젖까지 차올랐지만, 질문이 끊이지 않을까 봐 대충 둘러댔다. 그리고 무직에 대한 면접위원의 확인 사살은 ‘네’라는 항복 의사를 내놓게 했다.
나는 그럴싸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다.
‘사수가 없었던 탓에 다른 회사 선배의 어깨 너머 기사를 배우며 버텼습니다. 또 더 큰 경험을 위해 수도권으로 상경했습니다’
이처럼 큰 골자는 인내와 도전으로 잡았다. 이윽고 첫 출근의 설렘부터 두 번째 직장에서의 서러움과 적응을 위한 몸부림을 살로 붙여 이야기를 구체화했다. 말이 좋아 구체화지, 가족 말고는 관심을 두지 않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꽤 괜찮은 곳에서 서류 합격의 연락을 받자 내 스토리는 제갈량의 출사표처럼 비장해졌다.
대망의 면접 날, 대기실에선 나를 향한 시선이 목소리로 다가왔다. 7~8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지역 언론계의 타사 후배로 친하지 않은 데다 면접장이기에 굳이 아는 척하지 않으려 했으나 그는 붙임성이 좋았다. 그의 인사는 면접장을 적막에 휩싸이게 했다.
오히려 이 분위기는 나를 자소서에 집중하게 했다. 그게 도움이 됐을까? 제주도와는 다르게 면접위원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일부 위원들은 언론 대응에 대한 나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면접 후 속만큼은 후련한 동시에 기대도 컸다.
그날 밤, 바다에서 마주친 돌고래가 나에게 카메라를 던져줬다. 가족들을 위해 흑미를 씻고 또 씻었다. 잠에서 깨 이러한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돌고래는 행운을, 씻는 행위는 준비를 의미하는 길몽이란다. 입사 후 새로운 팀원들과 데면데면할 때 써먹을 이야기가 생겼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내가 아닌 붙임성 좋은 후배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 한잔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