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6개월, 그놈의 자존심

잇따른 탈락에 움츠러들어… 다시 기자로 돌아가야 할까

by 만이

‘경력은 내가 더 긴데, 왜 떨어졌을까’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 붙었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그날 기억이 흐릿하다는 이유로 후배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랬던 놈이 인제 와서 그 친구를 질투하다니…


남을 향한 질투는 나에 대한 후회로 바뀌었다. 이력서 한 줄을 추가하고자 경기도로 무작정 상경한 것도, 그곳에서 받은 무례함에도 묵묵히 버텼던 지난 나날도, 모두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 후로 나는 어떠한 면접을 보더라도 기대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둘러댔지만, 속에선 패배감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이렇게 백수 생활을 하다가 결국엔 그 일, 그렇게 힘들어했던 기자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동행했다.


챗GPT에 의지하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였다.


‘챗GPT야, 사주상 나는 도대체 언제 취업하니?’


2025년 말에 직업 운이 들어온단다. 9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고? 나 내일모레 면접이 있어.


‘그 기업과 사용자님은 인연이 있어요.’


챗GPT가 돌린 방향키에 나는 비행기를 탄 듯 히죽거렸다.


그가 말한 인연은 면접 장소만이었나 보다. 아침 일찍 잡힌 면접 때문에 전날 근처에 숙소까지 잡고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무직이네요?”라는 질문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결과는 역시나 낙방. “말을 엄청 잘하시네요”라는 또 다른 면접관의 칭찬은, 결국 말만 잘한다는 뜻이었다. 합격자는 아니었다.


백수 6개월 차로 접어들자, 마음속 데드라인이 다가왔다. 30대 후반의 백수는 다시 그 일로 돌아갈지 고민하던 찰나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전화가 한꺼번에 걸려 왔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만이야. A기관 떨어졌다면서? 너 이제 어떡하려고?”


전 직장 선배다. 어떻게 알았지? “그 기관과 연이 없었나 보죠 뭐…”. 나의 답변이었다.


“그래도 너무 오래 쉬는데…”


선배 아파요. 후벼 파지 마세요.


“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 각오는 하고 그만뒀어요. 전직까지 최소 6개월 봤어요. 최소 6개월! 이제 시작입니다”


그놈의 자존심…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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