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리,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폭죽 끝에 고요해질 그 날을 기다리며

by 열정피자

내가 유독 생각이 많은 걸까, 아니면 남들도 다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한 걸까.

단지 '복잡하다'는 낱말 하나로 표현하기엔 억울할 정도로, 요즈음 내 머릿속은 온종일 시끄럽다.


언제 어떤 모양으로 터질지 모르는 폭죽 같다.

불꽃축제도 길어야 수십 분이면 끝이 나던데, 도무지 내 머릿속의 축제는 멈출 기색이 없다.

어디서 쏘아 올리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아주 제멋대로 화려하게 터뜨리며 나를 괴롭힌다.


이 망할 놈의 폭죽들을 막아보려 오늘도 몸을 움직여본다.

한파경보를 뚫고 러닝도 해보고, 의미 없이 웃긴 영상을 보며 억지로 소리내어 웃어도 본다.

그러다 아주 찰나의 순간, "어? 이제 생각 안 나나?" 싶은 희망이 고개를 들 때면,

망할. 다시 축제 시작이다.


그래, 사실 이유는 알고 있다. 죽을 만큼 힘들어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 그 뒤에 남겨진 허무함과 막막함.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몸 구석구석을 시리게 파고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니다, 또 뭐든 하고 싶기도 하다. 아니 뭐든 해야한다.


이전의 나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친구들을 불러 진탕 술을 마시거나, 공허함을 채워줄 새로운 사람을 찾아 무모하게 하루를 흘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위로를 통해 이겨내 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마음 정리, 생각 정리라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다들 힘들어도 안 힘든 척, 되는 척하며 사는 걸까.

뒤엉킨 복잡한 것이 싫어서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까지 땄건만, 정작 내 생각은 어떻게 정리해야하는지 갈피를 못잡는다.

정리하려고 수납함만 잔뜩 사놓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납해야할지 손을 못 대고 있는 그런, 포화상태의 방 안에 놓여져있는 느낌이다.



다짐의 첫 번째 실행으로 카카오톡을 지웠다.

세상과의 연결을 끊고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어서이다.

참나, 그런데 글을 써보려 오랜만에 접속한 브런치에서 '카카오톡 인증'을 요구한다.

10분 만에 앱을 다시 깔고 있는 내 모습에 짜증이 치밀면서도 헛웃음이 난다.

단절마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씁쓸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받아들여야지.


사실 정답은 이미 안다.

내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터지는 이 폭죽들을 억지로 잠재울 방법은 없다.

화약이 다 타버릴 때까지, 그 화려하고 아픈 불꽃이 재가 되어 바닥으로 내려앉을 때까지...

결국 '시간'이라는 야속한 주인이 문을 닫아줄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쓰기로 했다.

정제되지 않은 문장들을 하나씩 쌓아 올린다.

엉망진창인 내면을 글로 옮기다 보면, 신기하게도 아주 잠시 동안은 머릿속의 소음이 잦아든다.

이별 직후의 글쓰기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는구나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이별의 폭죽이 다시 터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마 내일도 나는 여전히 복잡할 것이고, 또다시 고통에 허덕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한창이지만, 뭐 지까짓게 언제까지 쏘아대겠어.

언젠가 마지막 불꽃이 터지고 난 뒤 찾아올 그 고요하고 까만 밤하늘을 기다려 본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정리'라는 단어를 웃으며 꺼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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