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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Oct 20. 2024

과체중 혹은 저체중이 낳은 양팔 저울 증후군

저울에서 인생을 배운다.

 요즘 들어 아내는 100g 단위로 아들내미들의 체중 변화 집착하고 있다. 얼마 전 받은 체질량 검사에서 첫째 아들 녀석은 과체중, 둘째 아들 녀석은 저체중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원체 먹는 걸 좋아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첫째는 절식과 줄넘기 운동을, 아무리 먹어도 살은 안 찌고 발발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는 과식과 숨쉬기 운동 미션을 부여받았다. 아내는 매일 아침 아들들을 체중계에 올리고 100g 단위의 찌고 빠짐에 예민하게 반응 중이다. 도대체 저 핏덩이들 몸무게가 뭐라고 저리 성화일까. 내가 보기엔 첫째는 그저 튼튼하니 건강해 보이고 둘째는 매끈하니 날씬해 보이는데 말이다. 자녀를 향한 아빠와 엄마의 관점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체감한다. 물리적인 무게에 집착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의 무게를 떠올렸다.


 '1등급=의대'라는 오징어 게임에 눈이 멀어 내신 성적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허름한 원룸에서 월세살이를 하며 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카푸어족, 부모님이 마련한 브랜드 아파트에 얹혀살면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철없는 초등학생들. 먹을 게 넘쳐나는 시대지만 마음은 삐쩍 마른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섞여 있다.

  

 우월감과 열등감이란 유독가스이 사회를 숨 막히게 하고 있다. 소유와 집착을 버리라는 종교적 선진들의 깊고도 묵직한 울림이 무색할 만큼 지금의 세태는 균형과 절제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이다. 사람들은 소유와 집착이란 액샐러레이터를 더욱 세차게 으며 각박한 비포장도로 위에서 덜컹거리고 있다. 사랑, 나눔, 배려 대신 물질, 명예, 권력에 집착하고 그것들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사회에 균열을 일으키는 중이. 남이 가진 것과 내가 가진 것을 양팔 저울 위에 올려놓고 누구 것이 더 무거운지 견주어 보는 이른바 '양팔 저울 증후군'이 사회의 균형 감각을 심각한 수준으로 붕괴시키고 있다.     


 자연과 사회는 부분과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자연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 작용하고 균형과 평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자연은 조화라는 잘 짜인 시스템 아래에서 늘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인간 사회는 어떠한가. 경쟁과, 우월 의식, 열등감 같은 온실가스적 의식이 갈수록 팽배해지면서 인간 공동체와 사회 생태계를 날로 파괴하고 있다.           


 혹시 꽃집에서 꽃다발을 사본 경험이 있는가? 다양한 꽃들이 계절마다 다른 향수를 뿌리고 다채로운 색감의 옷으로 갈아입으며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을 매혹하고 코끝을 찌른다. 꽃 중에서 안개꽃은 형형색색의 다른 꽃들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꽃다발을 더욱 풍성하게 꾸며주는 데 일조한다. 꽃다발이 화려해 보이는 건 무채색의 안개꽃이 화려한 꽃들 사이에 얽히고설키어 나머지 꽃들의 색감을 더욱 빛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꽃다발의 마지막 퍼즐은 얼핏 보잘것없어 보이는 안개꽃인 것이다. 그 누가 안개꽃을 다른 꽃보다 열등하다고 가치절하할 수 있겠는가. 안개꽃은 다른 꽃들보다 우월하다고 뽐내지 않고, 열등감에 절어 기죽지 않으며 조화롭고 화려한 꽃다발을 창조한다.

 

 우린 자족감을 통해 자존감을 넓혀 나가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 스스로 넉넉하게 여기는 마음이 나와 우리를, 나아가 사회와 세상을 높일 수 있는 세련된 품격이다. 삶의 질은 절대 저울 따위로 가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양팔 저울에 애먼 타인을 올려두고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만을 얹어보는 게 어떨런지. 내 인생 저울은 현실에 치우쳐 있나, 꿈으로 기울고 있나. 나는 도전하고 있나, 안주하고 있나. 내 삶은 바다처럼 무거운가, 깃털처럼 가벼운가.     


 타인의 삶을 함부로 저울 위에 올려놓고 그 무게를 자의적으로 가늠하지 않았으면 한다. 타인과 비교해서 자신의 무게가 가볍다고 언제까지 열등감의 무게에 민감하게 반응할 텐가, 삶의 무게가 고작 남들보다 조금 무겁게 여겨진다고 언제까지 우월감에 빠져 자만할 텐가. 결국 삶이란 열등감, 우월감에서 벗어나 자기만족으로, 종래에는 자기완성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창 자라나는 아들 녀석들이 잘 먹고 잘 컸으면 한다. 굳이 체중에 집착한다면 자존감 지수는 과체중, 우월감 및 열등감 지수는 저체중으로 성장해 나가길. 


양팔 저울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은 나 자신과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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