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여 첫 글을 브런치에 선보인 날의 황홀함은 차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습작 수준도 안 되는 세 편의 글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결과 대번에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은 일은 제 인생에 찾아온 몇 안 되는 행운 중 하나였습니다. 역시 착하게 살면 진짜 복이 오나 봅니다. 작가 도전에 여러 번 실패한 분들의 후기도 읽어봤기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라는 브런치 팀의 작가 승인 알림은 넘어질 뻔한 제 삶을 일으켜 주었고 상실할 뻔한 꿈과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브런치 팀에게 답장을 쓰고 싶어도 쓸 방법이 없기에 이 글에서나마 답장을 남깁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이후 주 3편 정도 일관되이 글을 썼습니다. 미리 구상해 뒀던 일상 에세이, 교단 일기, 그리고 웹소설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마구 생산했습니다. 글을 통해 희열을 맛보았고 독서를 통해 점차 마음의 키를 높여나갔습니다. 실로 25년 여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활자 체험이었습니다.
일상 에세이집인 <<꿈 깨고 꿈을 깨워>>도 어느새 58편의 글이 모여 2권째에 다다랐습니다. 오랜만에 차분하게 옛글을 읽어봤습니다. 분명 글을 썼을 당시는 자족감이 넘쳤던 걸로 기억하는데 몇 개월 지나 다시 읽어 보니 습작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낯부끄러운 글들이었습니다. 뭔가 구조가 엉성하고 개연성은 없었으며 논리는 서툴렀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 글들의 결함이 보이는 걸로 봐서 현시점에서 제 글쓰기 능력은 예전보다 나아진 것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겠지요.
<<꿈 깨고 꿈을 깨워>> 1, 2권을 삭제하고 독자님들께 사랑을 받았던 글 위주로 다시 엮어 새로운 제목의 브런치북을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글 속의 주요 등장인물이 저와 아내여서 제목은 <<개그우먼 아내와 사기전과범 남편>>으로 정했습니다. 잘났든 못났든 모든 글이 제 자식 같지만 남들에게 공감받지 못한 나만의 엉뚱한 상념과 미완의 논리는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름 구조를 갖춘 브런치북을 펴내고 싶은 욕심이 앞섰습니다.
브런치 활동을 시작하면서 문구점에 들러 작은 스프링 노트 한 권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표지에는 절실한 마음을 검은색 네임펜에 담아 '꿈노트'라는 제목을 또박또박 적었습니다. 거기에 적힌 첫 번째 꿈은 '브런치 구독자 100명 달성'이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떠오르지 않지만 현재 구독자가 190분 정도이니 어쨌거나 목표 달성은 한 셈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브런치 활동 초창기엔 소위 말하는 '구독 구걸'을 했습니다. 제가 다른 작가님을 구독하면 주거니 받거니 그분께서도 저를 구독해 주시겠지라는 얄팍한 계략이 깔린 것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먼저 구독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누군가 제 글을 읽고 먼저 구독 버튼을 눌러주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한 일입니다. 이젠 더 이상 구독자 수에 집착하지 않기로 맘먹었습니다. 그저 물 흐르듯 브런치 활동을 하며 글을 써나갈 계획입니다. 저만의 세계에 갇히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보다 월등하고 성숙한 내면을 가지고 계신 다른 작가님들과 글로써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전 아직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배울 게 많은 아마추어 작가입니다.
두 번째 꿈은 '글 조회수 200회 돌파'였습니다. 이 목표는 2024년 4월 30일에 돌파했으니 대략적으로 한 달가량 걸렸습니다. 주제를 모르는 저급한 욕심이 꿈틀대어 소원을 수정했습니다. 목표점을 너무 낮게 잡았나 하는 자만심이 겸손의 페인트를 대충 칠한 마음의 문을 거칠게 두들겨 댔습니다. 그리하여 이전 목표보다 열 배를 높여 '조회수 2000회 돌파'라는 전투적인 목표점을 설정했습니다. 사실 꿈노트에 적으면서도 볼펜의 잉크가 아깝다고 여길 만큼 민망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다는, 자기 계발서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2,000이 3,000이 되고, 6,000이 9,000이 되고, 9,000은 다시 12,000으로, 16,000으로 조회수는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인 줄로만 여겼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제게 슬며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유익한 생활 정보가 담긴 글도 아니고 그저 일상적이고 수준 낮은 공감 에세이일 뿐인데 이런 제 글이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고 접근 목적이야 어땠던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다는 사실은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게 보잘것없는 제 글을 사랑해 주시고 결함을 지적해 주신 작가님들과 제 꿈을 지지해 주신 브런치 운영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지없는 감사의 말 외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중간에 슬럼프가 몇 번 왔는데 그때 절 일으켜 세워 준 것은 많은 작가님들의 응원과 격려가 담긴 소중한 댓글들이었습니다. 힘을 불어넣어 주신 작가님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제 게으름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동안 <<꿈 깨고 꿈을 깨워>> 브런치북을 사랑해 주신 분들께, 부족함이 많은 제 글에 용기와 위로의 댓글로 제 꿈을 지지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려 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이웃 작가님들의 찬란한 앞날을 온마음을 다해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손 맞잡고 같이 걸어가시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