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일까요? 우연히 작가님들 프로필을 살펴보면 작가님 이름 아래 '00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배지가 달려 있는 걸 보고 직관적으로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훈장은 어떤 분들께 드리는 건지 궁금해져 크리에이터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찾아본결과 크리에이터의 자격 요건은 대략 이랬습니다.
'뚜렷한 주제로 우수한 창작활동을 펼치며 전문성,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을 두루 갖춘 창작자'
흠, 제가 서 있는 공간과는 몇 대륙 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같이 여겨졌습니다. 주제가 딱히 뚜렷하지 않은 중구난방의 글을 써왔으니까 창작 활동이 우수하다고 볼 수 없었고, 200명도 안 되는 구독자 수는 영향력이나 공신력을 얻기엔 부족해 보였으며, 대외적으로 문학 공모전에서 입상을 자주 하거나 제 이름을 건 책을 출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활동성은 극히 미비했습니다.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은 제겐 너무 거대한 장벽이자 언감생심이었습니다.
내일이 작가님들과 약속한 에세이 연재일이라 마무리 퇴고 작업을 하던 중에 뜻하지 않은 알림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건 기적이야. ㅠㅠ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제 삶에 찾아온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자존감이 부쩍 높아진 것입니다. 차가운 빙판에 미끌려 엉덩방아를 찧고 있던 제 삶을 붙잡아 주었던 게 책과 글이었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들의 라이킷이나 소중한 댓글들, 각종 공모전 입상, 주변 지인들의 격려 등 제 삶의 질은 작년에 비해 확연히 올라갔습니다. 최근에 김수현 작가님의 에세이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고 있는데 책 속엔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옵니다.
'삶이란 결국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질 좋은 옷 한 벌을 찾는 일이다.'
브런치를 통해 제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 나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책을 읽을 때 행복하고 글을 쓸 때 기쁨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제가 끄적이는 문자들도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겐 너무 큰 경사라 이 기쁨을 제 이웃 작가님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줄어드니까요. 행복을 투여한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