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6일,
심장의 쿵쾅거림을 선명히 기억한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MTS에 영혼이 빨리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요동은 죽기 전까지 계속해서 떠오를 요동, 아니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할 떨림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MTS를 키며 나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전날 유례 없는 폭락을 때려맞으며 멘탈이 갈린 대로 갈린 상태였기에
이미 내 마음이 견딜 타격이 한도 초과였던 거 같기도 하다.
그날은 신규상장주가 있었다.
오전 음봉이었던 주식이 오후에 들어 50%를 가뿐히 넘어 100%까지 치솟고 있지 않았나.
근 5년 간 주식을 하면서, 머리론 매수의 타점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미 100% 상승한 상태였던 신규상장주,
무엇보다 분봉상의 기울기는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가파름이었기에
이성적으로는 불에 뛰어들어가는 불나방이 될 것임이 자명했다.
난 평소에 이성에 기반한 행동을 해왔다고 생각해왔다.
본능적이거나, 감정적인 사람을 보면 그때 나의 불편한 감정을 각인시켜 반면교사로 삼아왔다.
이성에 기반한 행동을 할때 항상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었고,
내 기준에서 최대의 노력을 했다는 생각으로 연결됐기에 후회와 미련이 적었던 편이다.
그러나 나도 일개의 인간 한명에 불과했을까?
난 본능을 이기지 못했다. 어느 새 손가락은 매수버튼으로 향하고만 말았다.
우와, 내 심장이 이렇게 빨리도 뛸수 있구나.
내가 이렇게 혼잣말을 하기도 하구나.
무엇에 홀린 듯,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올라라, 올라라"라고 외치던 나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기이하고 섬뜩하다.
그렇게 나는 손절을 했다. 주가와 함께 나의 머리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육신과 영혼이 지구 내부에 있는 블랙홀의 방향으로 끝없이 추락하며 빨리는 듯 했다.
이후 이성 체계가 붕괴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런 심각한 손절을 겪고도 다시 한번 매수 버튼을 누른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는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린다.
난 피로 점철된 빨간 매수 버튼에 손가락이 또 한번 향했다.
뜨거운 주전자를 만지면 손가락이 움츠러드는 인체의 생리적 반응은 매우 찰나인데,
위의 과정 또한 뇌의 이성적 사고가 부재한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약 10분 동안 신기루처럼 사라진 손실. 600만원.
작년 여름의 기억이 데자뷰처럼 스쳐지나갔다.
작년 여름에도 비슷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나에 대한 실망과 분노,
위만 바라보고 욕심을 부린 것에 대한 후회와 회의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막막함, 절망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음습했다.
내년 여름에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베팅은 중독이었다.
나의 근본을 썩게 했고 나의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들고 있던 모든 주식을 정리했다.
어떠한 뚜렷한 목표 없이 남들이 하니까, 돈이 많으면 좋으니까,
돈이 최고라는 어느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에 시작한 주식에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만 할것 같았다. 어쩌면 마침표를 찍기 위한 펜을 찾는 단계일뿐.
긴 여정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문득 오전에 컴퓨터에서 본 1336(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떠올랐다.
그렇게 도박인생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마음이 처음으로 행동으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