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조율하는 일

by 상아

나는 가지, 양말, 지금, 설레임 이라는 이름으로 4일 동안 '튜닝 프렉티스'에 참여했다.

늘 정답은 없어, 하나 좋으면 하나 나쁜 거고 특성은 특성일 뿐이야-라고 되새기면서도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아서 내가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를 쉽게 미워하곤 했다.

첫날의 나는 수동적인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영향을 잘 받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도해서 무언가를 움직이기보다는 이 사람이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인지, 내가 어떻게 받쳐주면 이 사람이 안전하고 편할지를 먼저 생각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더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거나 가고 싶은 방향이 없어서 수동적인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될 것만 같고 무서워서. 혹시나 발을 잘못 디디고 버벅거릴까 봐, 누군가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거나 미움받을 까봐 그게 너무 두려워서 그랬던 거니까.


많은 순간 마음은 그냥 뛰어들어서 저 사람들이 있는 몸 한가운데로 들어가 함께 움직이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을 때 나는 나가서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무서워서.

그 순간을 온전히 혼자 책임지기가 겁이 났다. 세포 하나하나에 쌓여온 어떤 기억과 역사들이 내가 자유로워지기를 망설이도록 만들었다.


몸을 마주하고 어떤 에너지를 함께 만들어내고 그곳에 함께 존재하는 거, 어떤 힘을 받고 어떤 힘을 주고 그러면서 함께 춤을 추는 게 그냥 삶을 살아가며 관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서 마치 이걸 잘 해내면 삶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 그 다음날, 하루하루 조금 더 용기 있게 뛰어들고 기꺼이 마주해 보았다.


처음에는 나의 흐름과 타인의 흐름이 만났을 때, 나의 흐름이 팍- 하고 깨지거나, 막히거나,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몸들을 만날 수 있었고,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더니 저절로 어떠한 에너지와 흐름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몸을 ‘조율’ 한다는 것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악기가 옳은 음을 내려고 조율하듯이 내 몸도 움직임에 적합한 상태가 되도록 조율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나의 흐름과 호흡을 찾아보는 시간이라는 것을. 내 흐름과 상대의 흐름이 만날 때를 관찰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흥미로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상대의 몸 움직임에 집중하면 몸은 알아서 못 가본 곳까지 간다.


조율할 때, 숨을 하- 하고 뱉었는데 정말 개운했다. 한 번도 숨을 쉬어보지 않은 사람이 처음 숨을 뱉듯이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내 안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들과 이야기들이 솟아 나와서 스스로에게 차분하게 질문 던지는 게 좋았다. 머리가 멍 하다가도 제3자처럼 질문을 띄우면 어떤 생각이 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 나오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즐거워서 대답의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그 과정 자체가 나한테 의미가 있었다. 내 생각을 내가 느끼고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니까. 정말.. 몸을 조율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조율되어 버렸다.


그리고 늘 과정 마지막에 느꼈던 경청의 에너지. 경청은 수동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심으로 누군가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 빛내며 경청하는 에너지를 느끼고는, 움직임을 했을 때 보다 더욱 에너지를 얻은 날도 있었다.


결론 : ‘나는 고정되지 않는 존재구나’

핀으로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찍으려 하면 말랑한 덩어리가 허물만을 내어준 채 도망간다.

하루하루 다른 이름과 다른 몸이 되어서 새로운 몸을 만났다.

나를 잘 조율하면 누구든 잘 만날 수 있었고, ‘넌 어디로 가고 싶어?’ ‘뭘 하고 싶어?’ 하고 싶은 걸 믿고 그 방향으로 가보는 경험, 어쩌면 내면의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하는 것이구나. 느껴지면 느끼면 되는구나.

내가 얼마나 숨을 멈춘 채 몸을 움직였는지, 진짜로 느끼고 진짜로 호기심을 갖고, 그리고 그런 나 자신에게 매몰되지 않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허용해 주며 지켜보기.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하고 사랑스러운 몸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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