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과 성격에 대하여

by 상아


두번째 심리 상담을 받았다. 내가 가진 기질, 가지고 태어난 기질과 그것을 살면서 변화시켜온 성격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들었다. 기질이란건 어느 곳에 구슬을 내려놓았을 때 자연스레 어느 구멍으로 흘러가게 되는 길 같은 거라고 했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면 꼭 그 곳으로 흘러가게되는 것. 성격은 그 흘러가는 길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만드는 거라고, 그래서 성격은 조금씩 바꿀 수 있고, 기질은 평생 품고 가야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모든 면이 높게 나왔다.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민감성, 인내력.

자극추구는 충동성 같은 어떤 마음에 초록불이 들어와서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했고, 위험회피는 그 반대로 브레이크로 빨간불이 들어오는 거라고 했다.

나는 두가지가 모두 90점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그 말은 즉슨 마음에서 계속해서 초록불이 켜졌다가, 빨간불이 켜졌다가, 수도 없이 많이 휘몰아친다는 이야기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보이고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마음 속에서는 끊임없이 빨간불과 초록불을 번갈아 누르고 있는 사람. 그게 나다.


사회적민감성은 사람들에게 감수성을 느끼는 능력인데, 이게 또 매우 높다. 나는 사람을 보면 깊게 바라보지 않아도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쉽게 느끼고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있다.


그게 너무 심해서, 종종 내가 원하는 지점보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해줘야한다는 강박이 들어오는 듯 하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그래서 힘들다. 이 사람이 원하는걸 나는 얼른 캐치해야되는데, 그걸 못하니까 스트레스 받고 어렵고.

내 마음이 힘들거나 감정이 격하게 올라올 때도 내 마음을 바라보고 돌보기 보다는 사회적 시선을 들이밀고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내가 이 감정을 느끼는게 맞는거야?' '내가 이 감정을 느끼는게 합리적인가? 잘하는건가?' 수도없이 많이 자기검열하고, 내 감정에 부정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래서 더 힘들다.

왜냐하면 내가 이미 속에서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게다가 완벽주의 성향까지 있었다.


내가 그동안 힘들어한 지점이 많은 부분 설명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는 나는 이 시점으로만 세상을 느끼고 살아왔어서 나만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만난다는 게 신기하고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또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살고 있는 걸까?

어쩌면 다 다른 기질과 성격으로 삶과 사람과 세상을 대하기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건데 나는 또 누군가와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말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때에 다르게 이해하고 있을 때 자책하게 되고 나의 말버릇이나 화술에서 그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했다.


기질이나 성격은 틀린게 없고 좋고 나쁨이 없다는데 나는 꼭 내 기질과 성격이 밉게만 느껴진다.

사실 다른 면에서는 엄청나게 좋은 면도 많은데 말이지. 사람들과 쉽게 상호작용하고, 눈치가 빠르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나 이 대화들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대화에 소외된 사람을 챙겨줄 수도 있고, 완벽주의 성향 덕분에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기도 하고, 충동성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도 일단 쉽게 시작하기도 한다.


아아. 아무리 좋은 점을 생각해도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좋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무언가를 말한다는게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각자는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너무나 명확하게 있고, 그걸 변화시키기란 어렵고, 나도 왠만해서는 변하지를 않으니까. 그냥 갈등 상황에서 자꾸만 피하게 되거나 영향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나는 나를 지키려고 그렇게도 애를 썼는데, 그게 내 안의 내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너무 약한 내가 타인에게 받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스스로 알기 때문에 나를 보호하려고 했던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무언가는 나도 모르게 발현되고 보호하고 벌써 행동되어진다.


나는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 기질은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나를 괴롭히고 또 나를 구할까.

구슬이 가는 길을 잘 다듬어서, 기질이라는 한 곳으로만 향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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