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터 늘 반짝반짝하고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주인공이고 싶고, 어딜가나 주목을 받거나 사랑을 받는 사람이 부러웠다. 늘 주인공일 수 없는 상황에 다른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나는 왜 저 사람이 될 수 없을까 하고 자책하거나 슬퍼지는 마음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금 더 커서는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선한 영향력' 이라는 말에 꽂혀서, 내가 이 세상에 어떻게 하면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유명한 사람이 되면,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지! 하고 속으로 다짐하고는 했다.
삶을 살다가보면 늘 주인공일 수 만은 없다. 어떤 특별한 경우에는 내가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진짜 주인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스스로 와! 나 지금 주인공 같아! 라는 기분을 느꼈으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 같다는 기분은 언제 끝났을까? 어릴 때 여러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피우고 용돈을 받았을 땐, 내가 가장 춤을 잘 추고 가장 사랑스럽고 노래도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었다. 초등학교에 갔을 때, 키는 작지만 나는 똘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힘도 세고, 달리기도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갔을 때, 학교에서 작은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었고, 여러 친구들과 트러블이 있기도 했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갔을 때. 와... 정말 많은 반짝반짝한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어느새 나는 가장 어중간한 포지션에 닿아 있었다. 나는 예술 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노래! 하면 어떤 친구가 잘하고, 춤! 하면 어느 친구가 잘하고, 연기! 하면 어느 친구가 잘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 어느 쪽에도 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못하는 축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못하는 거면 포기라도 할텐데 어중간한 재능은 나를 이도저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근데 나는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수많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일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종종 내가 썼던 일기를 되돌아본다. 그 땐 나의 작은 생각들이 너무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느껴졌었는데 다시 보니 또 꽤나 읽어줄 만 하던 것이더라. 그리고 그 때의 괴로움이나 힘듦이 지금의 나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싶다! 는 광대한 꿈을 꾸던 나는, 겨우 나 자신에게 밖에 영향을 못 끼치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겨우 나 자신에게.
겨우 나 자신에게.
겨우 나 자신에게.
근데 어쩐지 나에게 겨우 겨우 이렇게 영향력을 끼치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자랑스럽고 꽤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세상 사람들도 다들 이러한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내면을 가지고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내가 나에게 끼친 영향력은 겨우 겨우 겨우 겨우의 어떤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