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도 시작이 반이다. 한 번 돌아선 마음은 되돌리기 힘드니까 처음부터 단단하게 잡아가는 것이 좋다.
막 친해지기 시작한 사이에서 서로에 관한 질문과 대답을 부지런히 주고받는 이유도 이 떄문이다. 서로를 소개하고 공부한다. 취미와 취향을 외우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파악한다. 그 과정에서 이런 것을 해주면 좋아하겠구나, 절대 이런 언행은 참아야겠구나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하지만 가끔 불꽃처럼 빠르게 불이 붙는 관계도 있다. 서로를 향한 강렬한 끌림에 정신이 팔려 알아가는 과정을 생략하고 몸부터 내던지는 것이다.
관계는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집처럼 지어가는 것이다. 둘이 머물 공간을 둘이 만들어가는 일이다. 관계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충분한 질문과 대답들로 벽돌을 쌓아가야한다. 한 번 무너진 마음은 정말로 다시 쌓아 올리기 어려우니까.
진짜 친구 사이에선 이유 같은 게 없다.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하루의 안부를 묻고 딱히 빌미도 없이 만날 약속을 잡는 것. 같은 공간 안에서 두 사람 모두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만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은 그런 사이.
서로를 향한 마음이 식었다거나 서로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함께 지내는 사이에 서로의 삶에서 없으면 안 될 당연한 존재가 됐기 때문인 것이다. 나 없는 너는 말이 안되고 너 없는 나도 상상할 수가 없게 됐으니 이제는 이유도 없이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것. 그런게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둘 사이에 명분 없이,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관계에서의 수많은 갈등은 대부분 '이 사람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상대방을 만만하게 보는 성향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잘났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을 만만하게 보기 시작하며 계속 다투게 되고, 질려하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관계에서 오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선 내가 상대를 만만하게 봐서도 안되고, 상대방이 나를 만만하게 보도록 허락해서도 안된다. 나에겐 없는 장점이나 본받을 점을 상대가 몇 가지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반드시 해야한다. 또한 나에게도 남들이 보기에 자랑스러운 부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겸손과 자존감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다 보면,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거다.
타인을 새삼스레 바라보며 매번 감탄하고 칭찬할 줄 알고 자신을 새삼스레 느끼며 하루하루 스스로를 더 사랑할 이유를 만들어가자.
친구든 가족이든, 관계에는 항상 끝이 있다.
처음 깨달았을때, 애당초 헤어질 거. 처음부터 관계를 안만들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끝이 그저 끝이 아니라는걸 느끼고 있다.
관계가 끝난다고 그 추억조차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그 관계를 맺은 그 사람 또한 그 추억을 각자 기억하고 있다.
끝이 있기에 더 소중하다. 그 끝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훗날 더 짙은 후회만 남을것만 같다. 힘껏 경험해본 사람만이 훗날 웃을 수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