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가까울수록 더 자주 부딪힌다.
기대가 있었기에 서운했고, 소중했기에 화가 났다.
감정이 요동친 만큼, 그 자리에 진심이 있었다는 뜻이다.

관계가 순탄할 때는 누구나 따뜻하다.
하지만 다툼 이후에도 마주 앉을 수 있다면,
그 온기는 잠시 흔들려도 쉽게 식지 않는 온기다.

싸움은 상처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이 닿아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기억의 시작

당신과 함께한 기억들을

사랑이라 믿는 순간에도

사랑은 사랑하려 합니다

거의 영원히


무한히 해맑은 이 욕망을

나는 기억의 시작이라고 부릅니다




향기

너에게 물들었던 나는

이제 네가 없이도 너의 향기가 난다


날 어루만지던 손길

서로를 확인하던 눈빛과

하루를 나누던 목소리


그 모든 무형의 나눔은

내 안에 남아

은은한 잔향을 남긴다





나는 너의 폭죽이 되고 싶다

나는 너의 폭죽이고 싶다


한 순간 밝게 빛나

너의 한밤을 환히 물들이고

사라져도 잔광이 오래 남아

네 기억의 가장자리에 스며들게


가끔 불꽃처럼 드문드문 생각나게

오래된 주머니 속 작은 빛 한 줌으로 머물며

너의 일부가 되고 싶다


네가 문득 웃을 때나 돌아보는 틈에

내가 스며 있기를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이미 너의 일부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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