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스며듦

처음엔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이유를 따지기보다는 끌리는 감정이 관계를 만든다.
가벼운 관심으로 시작해 서로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감정보다 태도가 중요해진다.
쉽게 다가온 사이가 실제로 견딜 수 있는 관계인지,
말보다 책임을 보여주는 사람인지가 기준이 된다.


처음엔 좋아서 함께하고,

나중엔 믿어서 함께한다.
관계의 깊이는 호감이 아니라 신뢰가 결정한다.




위아래

사람들은 다투고 마음이 풀려도 쉽게 다가거지 못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약해보일까봐

자존심이 앞서서 말 한마디를 삼킨다


하지만 관계를 지키는 힘은 버티는데서 나오지 않는다

'괜찮아?' '우리 다시 잘 해보자'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에서 나온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기는 마음이 아니라, 다가갈 줄 아는 마음이다



목도리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많이 다투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 감정들은 관계가 가짜가 아니라는 증거다.

서운함이 생긴 건 그만큼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고


화가 났다는 건 그 사람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다가가고 싶어진다면, 그 관계는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관계는 항상 따뜻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불편하고 서투르고 어설프다.
하지만 충돌을 지나온 감정은
표면적인 온기보다 훨씬 깊고 오래가는 온도를 가진다.


그만큼 더 후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요즘은 스스로 취향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알고리즘은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계속 추천해 준다.

편리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정말 내 선택인지, 아니면 알려준 것만 반복적으로 소비한 결과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익숙한 취향 속에서 안정을 느끼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만날 기회는 좁아진다. 편안함에 머물다 보면,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놓치기 쉽다.


최근에 뮤지컬에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익숙한 노래들과 달리, 색다른 열정과 희망이 주는 경이로움이었다.


새로운 세계는 우연히, 그리고 사람들을 통해 열린다.

알고리즘의 반복 속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감정이다.


가끔은 알고리즘을 벗어나 조금 낯선 곳으로 걸어가자
우연히 다가오는 경험들을 경험하자



후회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아무리 붙잡고 발버둥을 쳐봐도

어차피 떠나갈 사람은 있고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오래도록

곁에 남아줄 사람이 있다는걸


내가 진심을 주면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받은 만큼 돌려주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반대로 감사함도 모르고 오히려 더 많은걸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는걸


그래서 관계에 너무 많은것을 기대하거나 깊게 의지해서는 안된다

그 기대가 나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다만, 그 노력을 쏟을 상대를 확실하게 구분해야한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를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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