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나는 세일즈맨이다
방구석 패션쇼와 성형외과(?) 시술
내 이름 석 자가 떡하니 박힌 책이 세상에 나온다. 그런데 막상 작가 프로필 사진을 찍으려니 옷장이 텅 빈 것만 같았다. 무슨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야 할까. 옷들이 하나 같이 낡았다. 맨날 입는 그 전투복(?)들을 입고 책에 얼굴을 박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방구석 패션쇼를 열고 아내의 냉철한 심사를 받았다.
"음, 그 블랙 셔츠가 제일 낫네. 근데 너무 낡아서 어디 빈티지 숍에서 주워 온 줄 알겠어."
아내의 명중률 100% 팩트폭격에 뼈를 맞고, 오랜만에 큰맘 먹고 옷 매장으로 향했다. 번지르르한 화려한 정장은 어차피 내 몸에 맞지도, 내 삶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지방직 7급 공무원'과 '냉철한 자산배분 투자자' 사이의 그 미묘한 교집합. 고민 끝에 깔끔하고 단정한 네이비 셔츠 하나를 골라 들었다.
결전의 프로필 촬영 날. 스튜디오 조명 앞에 서니 안면 근육이 파업을 선언했다. 평소의 능글맞음은 어디 가고 웬 어색한 아저씨 한 명이 굳어 있었다. 사진기사님의 눈물겨운 어르고 달래기와 아내의 찰진 디렉팅 덕분에 간신히 사람 좋은 미소 몇 장을 건졌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포토샵 시간이었다. 아내는 기사님 모니터 옆에 딱 붙어서 "코끝 살짝만 더 올리고요, 입꼬리 올리고, 턱선은 무조건 날렵하게요!"라며 마치 성형외과 전문의처럼 디테일한 주문을 쏟아냈다.
"여보, 이 정도면 사기극 아니야? 나중에 독자들이 고소하면 어떡해?"
내 걱정 어린 질문에 아내가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
"프로필 사진은 원래 다 합법적 사기야. 가만히 있어."
덕분에 나는 모니터 안에서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내 자식의 얼굴, 그리고 피 말리는 악몽
며칠 뒤 출판사에서 표지 시안들이 도착했다. 일러스트가 들어간 녀석부터 진중한 타이포그래피로 승부하는 녀석까지 다양했다. 모니터가 뚫어져라 쳐다보며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싹 끌어모아 투표를 진행했고, 결국 청량한 하늘색 바탕이 낙점됐다. 뒷표지와 날개 문구까지 정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뻔했지만, 다행히 '밀리로드 월간 1위'라는 기가 막힌 타이틀이 생겨서 띠지에 아주 폼 나게 박아 넣을 수 있었다. 그 띠지까지 싹 입혀진 최종 표지를 보니, '아, 진짜 책이 나오긴 나오는구나' 싶어 실감이 훅 밀려왔다.
그리고 대망의 인쇄 전날. 출판사에서 '내 책 최종본.pdf' 파일이 넘어왔다. 눈에 불을 켜고 마지막 교정에 매달렸다. 행여나 숫자 하나 잘못 써서 남의 계좌를 박살 내는 데이터가 들어간 건 아닌지, 띄어쓰기가 어색한 곳은 없는지 문장을 깎고 또 깎았다. 모든 컨펌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 그날 밤. 나는 끔찍한 스릴러 영화 한 편을 찍었다. 거대한 인쇄기가 '쿵쾅쿵쾅'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데, 갓 뽑혀 나온 책 페이지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치명적인 오류와 오탈자들이 장마철 폭우처럼 쏟아지는 꿈이었다.
"안 돼!! 멈춰어어어!!"
비명을 지르며 깼더니 온몸이 식은땀 범벅이었다. 등골이 서늘해 시계를 보니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어둠 속에서 헛웃음이 샜다. 책 한 권 내는 게 이렇게 사람 피를 말리는 작업일 줄이야.
인쇄기가 돌아간다, 이제 나는 세일즈맨이다
2026년 3월 9일. 마침내 내 원고가 인쇄소로 넘어갔다. 더 이상 문장을 고칠 수도, 단어를 바꿀 수도 없다. 내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원고는 이제 물리적인 잉크와 종이의 결합을 거쳐 276페이지짜리 단행본으로 굳어질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쇄기가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 나의 역할도 완전히 바뀌었다. 골방에 틀어박혀 고독하게 키보드나 두드리던 '작가'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부터 나는 철면피를 깔고 내 책을 세상에 알리는 뻔뻔하고 당당한 '홍보맨'이자 '세일즈맨'으로 모드를 전환해야 한다. 네이버 인물정보 등재부터 각 잡고 세팅하고, 본격적인 재테크 블로그 활동도 시작할 참이다.
무명의 7급 공무원에서 자산배분 투자자로, 그리고 이제는 내 이름이 박힌 책을 쓴 작가로. 누군가 왜 굳이 그렇게 사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늘 같다.
"그게 재미지!"
나의 일상을 다채롭게 물들인 이 프로젝트, 진짜 재밌는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 대신 나만의 궤도를 유쾌하게 설계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이 팍팍한 일상의 확실한 돌파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바로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교보문고]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 박운서 - 교보문고
[예스24]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 박운서 | 북루덴스 - 예스24
[알라딘]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 박운서 |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