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물검색 1위 탈환기

호랑이를 이긴 용

by 박운서

어제 브런치스토리에에 "언젠가 네이버 검색창 최상단에 내 얼굴이 가장 먼저 뜨는 날을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단 하루 만에 와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26년 3월 24일 오늘 오전, 무심코 내 이름을 검색했다가 가장 상단에 떡하니 올라와 있는 내 프로필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이 소소한 기적 앞에서, 나는 가장 먼저 흔치 않은 '박운서'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흔한 이름이었으면 1위 탈환은 평생 불가능했을 테니까.

네이버 등재.png

사실 원래 내 이름 위, 검색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계시던 동명이인 분도 대단한 분이다. 그분의 별명이 무려 '타이거 박(Tiger Park)'이셨다.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이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어머니가 무릎을 탁 치며 명언을 날리셨다.


"야, 너 88년 용띠잖아! 그럼 너는 '드래곤 박(Dragon Park)' 해서 호랑이 물리치면 되겠네! ㅋㅋㅋ"


어머니의 기막힌 센스에 한참을 웃었다. 그때는 그저 실없는 농담이라며 웃어넘겼는데, 하루 만에 진짜로 88년생 용(Dragon)이 호랑이(Tiger)를 이기고 네이버 1위 자리를 차지해 버린 것이다. 얼떨떨하면서도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그때는 그저 실없는 농담이라며 같이 웃어넘겼는데, 하루 만에 진짜로 사자가 호랑이를 이기고 네이버 1위 자리를 차지해 버린 것이다. 얼떨떨하면서도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나는 이 벅찬 도파민을 나누기 위해, 학교 다녀온 딸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이것 봐! 네이버에 아빠 이름 치니까 아빠 얼굴이 제일 먼저 나와! 아빠 1등 했어!"


아마 속으로는 딸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와! 우리 아빠 최고야!" 하며 안겨들기를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면을 쓱 쳐다본 딸의 반응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응~ 그렇구나."


그리고는 다시 시크하게 자기 할 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서운했냐고? 아니, 전혀. 오히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신선한 충격과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생각해 보라. 나라는 평범한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에게 '네이버 인물정보 등재'는 십여 년 전부터 동경해 온, 인생을 걸고 쟁취해 낸 하나의 '특별한 사건'이다. 하지만 딸의 시선에서는 어떨까?


태어나보니 아빠는 집에서 30개월 동안 자신을 돌보며 함께 놀아주던 사람이고, 80일 동안 가족들을 이끌고 세계일주를 다녀온 사람이며, 매일 글을 쓰더니 어느 날 책을 내고 네이버에 얼굴이 나오는 사람이다.


즉, 딸에게 '아빠가 책을 내고 포털 사이트 메인에 나오는 것'은 인생의 기적이나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기본값'일 뿐인 것이다.


나는 무릎을 쳤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육아'가 아닐까. 무언가를 성취하고 세상에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 특별한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마음먹고 실행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삶의 '기본값'이라는 사실을 아이의 무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것.


"아빠도 했는데, 너라고 못할 게 뭐 있어?"라는 백 마디 말보다, 그저 재밌게 내 삶의 궤도를 넓혀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내가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생존 무기일 것이다.


오늘도 '드래곤 박'은 변두리 소도시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 1위 기념! 용이 된 평범한 공무원의 생존기! 딸의 인생 '기본값'을 통째로 바꿔버린 아빠의 자산배분 & 세계일주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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