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을 넘기다 보면 한쪽 구석, 혹은 전면을 큼지막하게 차지하는 '신간 소개' 란이 있다.
어릴 적부터 활자가 빼곡하게 박힌 그 지면을 볼 때마다 나는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그곳에 반듯한 프로필 사진과 함께 박제된 저자들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DNA를 가진 '외계인'이거나, 숨 쉬듯 깨달음을 얻어내는 아주 먼 세계의 사람들만 같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겪는 현실과는 철저히 분리된, 고상하고 관념적인 우주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대구·경북 지역의 굵직한 메이저 언론인 영남일보 지면 한 바닥에 내 얼굴과 내 책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스마트폰 화면을 스와이프하며 가볍게 소비되는 디지털 활자가 아니라, 잉크 냄새가 훅 끼쳐오는 진짜 '종이 신문' 말이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소름이 돋았다.
"지방을 결핍이나 소외의 공간이 아니라 기회의 공간으로 정의한다." "지방에 뿌리를 두면서도 세계와 연결되는 글로벌 지방러."
기자님의 세련된 필력 덕분에 멋진 수식어들이 가득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슴 벅찼던 건 기자님이 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하게 정독하고 기사를 썼다는 사실이다. 서점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신간들 중에서 내 책의 진가를 알아보고 지면을 가장 크게 할애해 주셨다는 사실이 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
가장 압권은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기자님은 기사를 마무리하며, 내가 책 프롤로그에 호기롭게 뱉어놓았던 문장을 기사의 결론으로 그대로 인용해 주셨다.
"저자는... 지방이 여전히 살 만한 땅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야말로 지방 공무원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확실한 '적극 행정'이자 '애국'이라 믿는다고 말한다."
공직사회에서 낡은 관행을 깨고 칼퇴를 선언한 놈. 육아휴직을 30개월이나 꽉 채워 쓴 생태계 교란종. 그 눈치 없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이 활자의 힘을 빌려 당돌하게 외쳤던 그 '애국' 선언이, 메이저 신문 지면에 떡하니 박제되어 버린 것이다. 기자님이 내 삶의 철학에 완벽한 동의의 도장을 찍어준 기분이었다.
오늘에야 깨달았다. 신문 지면을 장식하던 그 '외계인'들은 대단한 초능력을 가진 자들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이 정해놓은 오지선다 객관식 문제지에서 과감하게 펜을 던져버리고,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자기만의 주관식 답안을 꿋꿋하게, 그리고 '재밌게' 써 내려간 유쾌한 자들일 뿐이라는 것을.
종이 신문 속 외계인이 된 애국자(?) 공무원의 궤도는 내일도 거침없이 굴러갈 예정이다.
메이저 지면 신문이 극찬한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의 실전 자본주의 생존기! 남들이 정해놓은 뻔한 궤도를 벗어나 나만의 퀘스트를 깨부술 준비가 되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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