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마천루
인천공항, '최저가'의 대가와 라운지라는 구원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행 버스에 올라탔을 때만 해도 비장했다. "안 다치고 무사히!"를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건 설렘이 아니라 지독한 '기다림'이었다.
비행기 표 값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새벽 비행기. 저녁 일찍 공항에 도착한 우리 세 식구는 유령처럼 공항을 떠돌았다. 벤치에 누워 보기도 하고, 가져온 책을 뒤적거려 봐도 시간은 멈춘 듯했다. 퀭한 내 눈과 마주친 아내와 딸의 눈빛에는 '대체 왜 이런 시간대의 비행기를 산 거야?'라는 원망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 살벌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하나카드의 마법이었다. 미리 아내와 내 명의로 발급받아 둔 라운지 카드. 본인 포함 3명까지 입장 가능한 그 카드를 내밀고 라운지에 입성하는 순간, 차가운 공항 벤치의 기억은 삭제됐다. 따뜻한 음식과 편안한 소파 덕분에 겨우 가족들의 '휴전 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배를 채우고 기운을 차린 뒤에야 우리는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의 사투, 그리고 마주한 '열풍기'의 땅
비행기 안에서의 10시간은 또 다른 인내의 시간이었다.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새우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도착한 아부다비 공항. 문이 열리고 연결 통로로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내 감각을 의심했다. 에어컨 빵빵한 기내에서 나가자마자 마주한 중동의 공기는 '공기'가 아니라 '열풍기' 그 자체였다.
50도에 육박하는 열기 속에서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익어버릴 것 같은 느낌. 사방에 깔린 알 수 없는 아랍어 표지판들이 '진짜 낯선 땅'임을 실감케 했다. 다행히 경유편이라 수하물은 자동으로 연결됐고, 우리는 가벼운 차방으로 렌터카 카운터로 향했다.
사막의 하이웨이와 'K-운전'이 그리워진 순간
우리가 빌린 차는 포드 테리토리(Territory). 넉넉한 SUV를 끌고 두바이로 향하는 셰이크 자이드 로드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하지만 운전 매너는 딴판이었다. 조금만 버벅거리면 경적을 울려대는 현지인들의 조급함에 혀를 내둘렀다. 대한민국 운전 매너가 신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내비게이션 앱 'Waze'를 켜고, 과속 벌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답게 모든 건물이 새로운 느낌이었지만, 모래바람 때문인지 시야는 온통 뿌얬다. 긴장한 채 핸들을 꽉 쥐고 가는데, 뒷좌석의 아내와 딸은 이미 꿈나라로 로그아웃한 상태. 졸음을 쫓기 위해 허벅지를 찔러가며 사막을 가로지르는 고독한 가장의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두바이 몰, '니하오'의 늪과 유모차 방어전
가장 먼저 들른 '두바이 미래박물관'은 너무 일찍 간 탓에 개장 전이었다. 아쉬운 대로 외관만 훑고 세계 최대의 쇼핑몰인 '두바이 몰'로 향했다. 어마어마한 주차장에 차를 던져두고 몰 내부에 입성하자마자 우리는 뜻밖의 공격을 받았다.
눈만 마주치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직원들의 "니하오(Nihao)!". 종종 유럽에서 '니하오 인종차별'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건 차별인지 호의인지 헷갈릴 정도로 집요했다. 알고 보니 몰 내부에 거대한 차이나타운까지 있을 정도니, 그들에겐 '동양인=중국인'이라는 공식이 뇌에 박힌 듯했다.
여기서 유모차는 최고의 전략 자산이었다. 유모차가 없었더라면 넓디넓은 몰 안에서 딸아이의 "다리 아파, 안아줘!" 공격에 내 영혼과 허리는 이미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유모차라는 방어막 덕분에 아내가 마시고 싶어 했던 커피숍도 들르고, 시식 코너를 돌며 낯선 땅에서의 여유를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었다.
부르즈 할리파의 배신과 4만 원의 교훈
이어 방문한 세계 최고층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나온 쨍한 풍경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미세먼지 필터를 낀 듯 뿌연 전망뿐이었다. 촬영팀이 가장 날씨 좋은 날만 골라 후보정까지 했다는 후문이 사실임을 뼈저리게 느끼며, 돈으로 세운 거대한 신기루를 감상했다.
아부다비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순백의 위용에 감탄하기도 잠시, 복장 규정 때문에 아내는 결국 4만 원을 주고 아바야를 사야 했다. "나중에 튀르키예 가서 또 입으면 돼!"라는 정신 승리로 아까운 마음을 달래며 UAE 관광을 마무리했다.
다시 공항으로 복귀해 라운지에서 저녁을 먹고, 구석진 소파에서 번갈아 가며 쪽잠을 잤다. 체력은 이미 마이너스였지만, 이제 진짜 유럽 본토로 갈 시간이다. 좀비 같은 몰골로 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우리는 뜨거운 사막과 작별했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 대신 나만의 궤도를 유쾌하게 설계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이 팍팍한 일상의 확실한 돌파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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