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편 04 : 프랑스 - 니스

그리고 푸조308sw와의 만남

by 박운서

굿바이 사막, 헬로 지중해!

기내 게임 <앵그리버드>의 엔딩을 볼 때쯤 비행기가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느낀 공기는 50도의 열풍기가 돌아가던 중동과는 질감부터 달랐다. 짭조름하고 시원한 지중해의 바람. 드디어 '벽 밖'으로 나왔다.

입국 심사는 딸 서은이 덕분에 '패스트 트랙'이었다. 아이 동반 가족을 배려해 주는 유럽의 시스템, 아주 칭찬해. 짐을 찾자마자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리스 카 센터로 향했다.


우리의 애마, 308sw와의 상봉

안경 쓴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주차장으로 갔다. 소통은 아주 심플한 영어로 이루어졌다. 프랑스 직원이나 나나 영어가 외국어기 때문에 유창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기본적인 단어만 쓰니 의사소통이 더 명쾌했다. 차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저건가?" 우리의 발이 되어줄 푸조 308sw는 영롱한 초록색이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안 팔릴 것 같은 색상이지만, 유럽의 햇살 아래서 보니 묘하게 예뻤다.

가장 걱정했던 트렁크 공간. 28인치 캐리어 1개와 24인치 2개, 그리고 유모차와 백팩을 테트리스 하듯 넣었더니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SUV인 테리토리보다 차체는 낮지만, 실내는 아늑하고 안정감 있었다. 승차감은 승용차, 적재 공간은 SUV인 '왜건'의 장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좋아, 이제 진짜 달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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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충격'의 니스 해변

긴장된 상태로 시동을 걸고 니스 시내로 진입했다. 길은 좁았지만, 운전 매너들이 좋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주차 시스템은 한국보다 구식이라 티켓을 뽑고 나올 때 정산하는 방식이었는데, 요금이 사악했다. 1시간에 3~4유로씩 했지만, 악명 높은 차량 털이가 무서워 우리는 무조건 유료 주차장을 고집했다.

어찌어찌 주차를 하고 해변으로 나간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책에서만 보던 유럽의 해변 문화. 대부분 엎드려 태닝을 하고 있었는데, 남녀 구분 없이 정말 거리낌 없이 상의를 탈의하고 계셨다. "허... 이것이 진정한 자연주의인가." '유교 보이'인 나에게는 1차 문화 충격이었다.

다음날 방문한 '팔레모 비치'는 조금 더 젊고 힙한 분위기였다. 아내와 딸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나는 짐을 지킨다는 핑계로 선글라스 뒤에서 흐뭇하게 해변의 평화를 감상했다.


아내의 반짝이는 눈과 유럽의 돌바닥

시장의 알록달록한 천막들, 진열된 싱싱한 과일과 수제 잼, 그리고 광장을 채운 여유로운 사람들. 10년 전 하와이에서 봤던 아내의 그 눈빛이 다시 돌아왔다. '첫 유럽'을 마주한 아내의 눈동자는 니스 해변의 윤슬보다 더 반짝거렸다. "여보, 이거 봐! 납작 복숭아래!"라며 신나 하는 모습을 보니, 여기까지 온 보람이 느껴졌다.

하지만 감동은 짧고 현실은 울퉁불퉁했다. 문제는 유모차였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돌바닥은 보기엔 낭만적이었지만, 유모차 바퀴에는 최악의 비포장도로였다. "덜덜덜덜덜..." 딸은 마치 전동 마사지 의자에 앉은 듯 온몸을 떨었고, 결국 "아빠, 엉덩이 아파! 내릴래!"를 시전했다.

아이가 내리면 유모차는 짐차, 아이가 타면 덜덜이. 가다 서다를 무한 반복하며 내 전완근은 펌핑되기 시작했다. 두바이 몰에서 효자 노릇을 했던 유모차가, 유럽에 오자마자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거... 그냥 버리고 다닐까?' 여행 첫날부터 유모차의 거취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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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성질머리와 프랑스 웨이터의 대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카페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두 번째 문화 충격이 왔다. 주문을 하려고 손을 들려는데 아내가 말린다. 한국이었다면 "사장님!" 한 번에 달려왔을 텐데, 여기선 눈을 마주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아니, 내 돈 내고 사 먹겠다는데 왜 내가 눈치를 봐야 해?'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 프랑스의 '세월아 네월아' 서빙 문화는 고문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니스에 가면 니스 법을 따라야지.


르클레르 마트와 에어비앤비 생존 신고

물가가 비싼 외식 대신 우리는 현지 마트 '르클레르'를 털기로 했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카트에 이것저것 담다 보니 금세 8만 원이 증발했다.

주차장 차단기가 안 열려 식은땀을 흘리는 해프닝 끝에 도착한 첫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친절했지만, 엘리베이터는 좁고 문은 뻑뻑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전용 차고'가 있다는 점. 차량 털이가 빈번한 남부 프랑스에서, 내 소중한 짐과 차를 지킬 요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시차 적응 실패와 '동해'의 추억

저녁 7시. 시차 적응에 실패한 우리 가족은 양치질도 잊은 채 말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푹자로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5시. 문득 낭만적인 생각이 스쳤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니스 해변의 일출을 보자!'

자는 아내와 딸을 억지로 깨워 바닷가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해변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여기는 동해안이 아니었다. 해는 바다 위로 멋지게 떠오르는 게 아니라, 건물 뒤 어딘가에서 소심하게 밝아올 뿐이었다.

"아빠, 해 어디 있어?" "어... 아빠가 지리 공부를 덜 했나 봐. 가자, 밥이나 먹자."

아쉬운 마음에 니스 시내를 한 바퀴 뛰며 '모닝 러닝'을 즐겼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니스의 아침, 발을 담근 지중해 바다는 시원했지만, 나의 첫 일출 계획은 처참히 실패했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 대신 나만의 궤도를 유쾌하게 설계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이 팍팍한 일상의 확실한 돌파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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