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로 국경을 넘
아듀 프랑스, 헬로 모나코
"일찍 일어나자"는 다짐은 언제나 "늦잠 잤네"로 끝난다. 조용한 숙소 덕분에 너무 푹 자버린 탓이다.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에즈 마을로 향했으나, 주차장은 만차였다.
"깔끔하게 포기!"
미련 없이 핸들을 돌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로 향했다. 육로로 국경은 처음, 게다가 자동차로는 처음 넘어간다.
모나코로 들어가는 길은 차량 대기 줄이 엄청났다. 드디어 입성한 모나코의 첫인상은...
"여기 완전히 홍콩인데?"
빽빽한 고층 빌딩, 좁은 도로, 엄청난 인파. 유럽의 낭만보다는 홍콩의 번잡함이 먼저 느껴졌다. 치안은 좋아 보였으나 운전하기엔 최악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길가에서 케밥을 사서 나눠 먹는데, 갑자기 아내가 "꺄악!"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매인지 갈매기인지 모를 녀석이 날아와 케밥을 채가려다 아내의 얼굴을 할퀴고 간 것이다.
"이 녀석이!"
화가 나서 쫓아갔지만, 녀석은 멀찍이 날아가서 나를 비웃듯 쳐다봤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날아다니는 갱단'이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모나코의 신고식은 꽤나 거칠었다.
그레이스 켈리와 '1인 1곳'의 원칙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모나코 대공궁으로 향했다. 사실 난 별 관심 없었지만, 아내가 "나 그레이스 켈리 팬이야!"라며 입장을 강력히 원했다. 우리 여행엔 철칙이 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가고 싶어 하면, 군말 없이 같이 간다.'
결과는 대만족. 그레이스 켈리의 이야기를 꿰뚫고 있는 아내의 설명 덕분에 투어는 흥미진진했다. 전설의 '켈리 백'도 구경하고, 할리우드 배우에서 왕비가 된 그녀의 일대기를 보니 모나코가 새롭게 보였다. 역시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로
다시 운전대를 잡고 동쪽으로 달렸다. 톨게이트 같은 곳을 지나자 표지판 언어가 불어에서 이탈리아어로 바뀌었고, 앞서가는 차들의 번호판이 대부분 'I(Italia)'로 바뀌었다.
'진짜 이탈리아다.'
그런데 묘한 변화가 느껴졌다. 프랑스에선 세련되고 정돈된 느낌이었던 건물들이, 국경을 넘자마자 뭔가 낡고 투박해 보였다.
"음... 국력의 차이인가?"
도로 사정도 거칠어지고, 체증도 심해졌다. 무료 도로를 타고 산골짜기 숙소로 향하는데 길이 꽉 막혔다.
도착한 곳은 에어비앤비가 아니면 절대 올 일 없을 듯한 외딴 산골짜기. 와이파이도 안 되고 LTE도 잘 안 터지는 강제 '디지털 디톡스' 구역이었다. 영어가 안 통하는 할아버지 호스트와는 AI로 겨우 소통했다. 경치는 끝내줬지만, 피로가 쌓인 탓일까. 아내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다.
"에휴, 이러지 말자."
장기 여행은 체력전이자 감정 소모전이다.
콜럼버스와 으슥한 골목길
다음 날도 여지없이 늦잠. 뭐, 급할 거 없으니까.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제노바는 지금까지 본 도시 중 가장 압도적인 규모였다. 항구 도시 특유의 활기가 넘쳤다.
주차 후 광장 근처 피자집에 들어갔다. 역시 피자의 본고장! 가격은 착한데 맛은 훌륭했다. 옆자리 중국인 관광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콜럼버스의 생가와 가리발디 거리를 구경했다.
웅장한 성당과 거리 풍경에 감탄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대낮인데도 으슥한 기운이 감도는 골목.
"유럽은 진짜 골목 하나 차이로 분위기가 확 바뀌네." 긴장하며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젤라또 하나 물고 당 충전 완료.
주차장에서 나가는 것도 일이었다. 프랑스처럼 나갈 때 기계로 결제하는 줄 알았는데, 여긴 미리 정산기에서 결제하고 표를 넣어야 했다. 주차 직원 도움을 받아 겨우 탈출. 이탈리아 시스템, 적응이 필요하다.
이탈리아인의 "Big Car"
1시간을 달려 라바냐라는 도시의 숙소에 도착했다. 호스트가 주차장을 안내해주며 내 차(푸조 308sw)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Oh, Big Car!" "네? 이게 빅 카(Big Car)라고요?" 한국에선 아반떼만한 크기인데? 소형차 천국인 이탈리아에선 졸지에 '대형차' 오너가 되었다.
숙소는 차고도 있고 침대가 4개나 있는 대저택(?)이었다. 어제 못 돌린 빨래를 싹 돌려 널고, 아내가 만들어준 바질 파스타로 저녁을 먹었다. 식기세척기까지 돌리고 나니 세상 편하다.
잠들기 전 확인한 주식 창.
"코스피 전고점 돌파."
역시 투자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이탈리아의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내 자산은 신고가를 갱신 중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계좌를 보니 잠이 아주 잘 올 것 같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 대신 나만의 궤도를 유쾌하게 설계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이 팍팍한 일상의 확실한 돌파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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