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
고흐의 노란 집보다 반가웠던 '일식'
오늘의 목적지는 고흐가 사랑했던 마을 아를. 투어 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가장 먼저 고흐가 입원했던 병원과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노란 가게를 찾았다. 명화 속 장소에 서 있다는 감동도 잠시, 너무 상업적으로 변한 모습에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엉뚱한 곳에서 왔다. 프랑스 코스 요리에 질린 우리는 일식집을 찾아냈다. 실제 일본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짭조름한 국물과 밥알이 들어가니 위장이 춤을 췄다. 딸도 감탄을 연발했다. "와, 프랑스 와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다." 미식의 나라에서 일식을 먹고 엄지를 치켜세우다니. 역시 우리 입맛은 어쩔 수 없는 아시아인이다.
세잔의 도시? 명품의 도시?
배를 채우고 엑상프로방스로 향했다. '현대 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의 도시라는데, 미술 까막눈인 나에겐 그저 '부자 동네'로 보였다. 거리는 명품 숍으로 가득했고, 건물들은 고풍스럽다기보단 세련된 느낌이었다. "음... 그냥 쏘쏘한데?" 며칠 새 눈이 너무 높아진 탓일까. 남프랑스의 웬만한 풍경에는 감흥이 덜해졌다. 여행 초반의 설렘이 익숙함으로 바뀌어가는 시점인가 보다.
'폴리에스테르'의 진리
숙소에 도착해 문을 열었는데 황당한 광경이 펼쳐졌다. 전 손님이 쓰던 세탁기와 건조기가 윙윙 돌아가고 있었던 것. 호스트는 우리보고 알아서 치우고 쓰란다. 어이가 없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건조기가 있는 게 어디야!"
여행 내내 검은색 면티에 달라붙는 먼지 때문에 스트레스였는데, 건조기로 먼지를 털어내니 살 것 같았다. 여기서 얻은 중요한 깨달음 하나. '장기 여행에는 무조건 폴리에스테르 옷이다.' 잘 마르고, 구겨지지 않고, 먼지 안 붙는 기능성 의류가 최고다. 면티? 감성은 챙길지 몰라도 먼지와의 전쟁이다. 우리는 밤늦게까지 남의 빨래와 내 빨래를 번갈아 돌리며 의류 관리 레벨을 올렸다.
고속도로 위 대참사
다음 날, 앙티브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 뒷좌석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우웩-" 컨디션이 안 좋던 딸이 결국 멀미로 토를 시전했다. 봉지도 없는 긴급 상황. 물통 담았던 비닐과 휴지로 겨우겨우 수습하고 휴게소로 돌진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옷을 갈아입히니 그제야 아이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자동차 여행은 이제 막 초반인데 앞으로 딸이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기분 전환 겸 들른 대형 마트 '까르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아이 기운을 차리게 하려고 딸이 좋아하는 튀김우동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는데, 가격이 무려 5천 원. "한국에선 천 원이면 사는데..." 손이 떨렸지만, 아픈 딸을 위해 쿨하게(?) 결제했다. 주유도 가득 채웠다. 리터당 2,500원이 넘는 살인적인 기름값이지만,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푸조 덕분에 그나마 위안이 됐다.
모래 해변의 앙티브와 피카소의 불협화음
도착한 앙티브 해변은 니스와 달랐다. 자갈이 아닌 부드러운 모래 해변! 딸은 물 만난 고기처럼 모래성을 쌓고 놀았다. 나는 선글라스 너머로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라고 쓰고 비키니 걸이라고 읽는다)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물놀이 후 방문한 피카소 미술관. 30분을 대기해서 들어갔지만, 솔직히 미술관은 나랑 안 맞았다. 도대체 뭘 그린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딸도 자기 그림이 더 낫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형님 본명이 무려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 로스 레메디오스 시프리아노 데 라 산티시마 트리니다드 루이스 이 피카소'란다.
"아니, 이름 다 부르다가 숨넘어가겠네." 이름부터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한데 그림이 쉬울 리가 있나. 바로 납득했다. 앙티브 성벽 뷰는 좋았지만, 그림보다는 바깥 풍경이 더 눈에 들어왔다. 역시 난 예술보다는 자연 체질이다.
35만 원짜리 와규와 아내의 등짝 스매싱
오늘의 숙소는 무쟁이라는 산속 마을. 외딴 산장 같은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진짜 사건은 저녁 식사에서 터졌다.
아내가 예약해 둔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는데 가격이 심상치 않았다. 메인으로 시킨 와규 스테이크. 계산서를 보니 무려 35만 원이 나왔다. "아니, 한 끼에 35만 원은 너무 심한 거 아냐? 이 돈이면..." 나도 모르게 '가성비 레이더'가 발동해 투덜거렸다가, 아내에게 등짝을 맞을 뻔했다.
"여행 왔으면 이런 것도 좀 즐겨봐! 왜 맨날 돈 타령이야?" 아내의 타박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돈 쓰러 왔는데, 궁상떨지 말자. 비싼 만큼 라따뚜이와 고기 맛은 훌륭했다. (그래도 속으론 35만 원이면 S&P500을 몇 주는 더 살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다).
다이나믹했던 프랑스 남부 여행도 이제 끝이 보인다. 내일은 내 생애 처음으로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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