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편 11 : 이탈리아 - 로마 & 바티칸

과거 천주교 신자의 바티칸 방문

by 박운서

고속도로 위 대참사

오랜만에 소음 없이 푹 자고 개운하게 로마로 출발했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였다. 구불구불한 고속도로 위에서 딸이가 "토할 것 같아..." 하더니, 봉투를 댈 새도 없이 대참사가 벌어졌다. 차 시트와 옷에 묻어버린 흔적들. 아내는 멘탈이 나갔고, 차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겨우겨우 정차 구역을 찾아 뒤처리를 하고 쓰레기를 버렸다. 냄새보다 힘든 건 아이가 아프다는 걱정이다. 이 여행. 과연 딸도 즐거울까?


호스트가 나보고 "뒤져"란다

우여곡절 끝에 로마 입성. 관광지 외곽은 볼 게 없었고, 숙소 주차장은 미칠 듯이 좁았다. 문제는 세탁기였다. 토 묻은 옷들을 빨아야 하는데 코드가 안 맞았다.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니 답장이 왔다. "Search for it." (뒤져봐라) 순간 한국어의 "뒤질래?"가 떠올라 욱했다. 한참을 뒤져서 겨우 어댑터를 찾아 세탁기를 돌렸다. 참 희한한 집이다.

로마 같은 도시는 도심 운전이 힘들어 버스로 콜로세움에 가려는데, 버스가 갑자기 경로를 이탈하더니 원점으로 돌아왔다. 구글맵도 먹통. 결국 다른 지도 앱을 깔아 늦게 도착하니 콜로세움은 영업 종료. 불운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밖에서 본 콜로세움은 웅장했고, 트레비 분수에서 젤라또를 먹으며 기분을 풀었다. 숙소로 돌아와 먹은 비상식량 라면과 짜파게티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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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감동

다음 날 아침, 요거트로 딸을 겨우 깨워 바티칸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예전에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다니며 세례도 받고, 미사 때 신부님을 돕는 복사까지 선 경험이 있다. 군 복무 시절에는 성당 반주병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무신론자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가톨릭의 성지인 바티칸은 나에게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티칸의 상징물인 성 베드로 대성당. 따로 예약은 못 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무작정 따라갔는데, 표 검사도 없이(?) 성당으로 바로 입장했다. "와..." 압도적이었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그야말로 신의 영광을 형상화한 듯한 건물과 조각상들. 이런 성당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게다가 올해가 희년(Jubilee)이라 열린다는 '홀리 도어(Holy Door)'도 보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도 영접했다. 딸은 고해성사 부스를 신기해했다. 비록 지금은 무신론자가 되었지만, 그 웅장함 앞에서 느껴지는 경외감은 부정할 수 없었다. (바티칸 박물관은 대기 줄이 3시간이라 쿨하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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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미로 탐험

다음 코스는 콜로세움 내부 관람. 표 사는 곳은 땡볕이고 줄은 끝이 없었다. 딸은 힘들다고 징징대기 시작했다. 쉽지 않다, 정말.

입장해서도 시련은 계속됐다. 그냥 앞사람을 따라갔는데, 그 사람이 직원에게 뭐라 뭐라 하더니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우리도 그게 관광 루트인 줄 알고 따라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바로 출구로 나오는 길이었다. "어? 어?" 다시 돌아가는 길은 막혀 있었고, 결국 직원에게 사정사정한 끝에 다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날도 더운데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도 고생 끝에 들어선 콜로세움 내부는 압도적이었다. 오래된 돌 틈 사이로 미드 <스파르타쿠스>나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장면들이 오버랩됐다. 눈을 감으니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로마 시민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고, 내가 검투사가 되어 그 열광의 도가니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콜로세움을 (의도치 않게) 구석구석 알차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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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5천 원짜리 버블티와 '물타기' 전략

내가 궁금해했던 판테온으로 가는 길. 가는 길에 더워서 뭐라도 마시고 싶은데 등장한 버블티 가게. 홀린 듯이 들어가 가격표도 안 보고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는데, 영수증을 보니 25,000원. "음료수 두 잔에 2만 5천 원?" 로마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뼈아픈 지출이었지만, 투자자답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괜찮아. 나중에 중국 가서 2,500원짜리 사 먹으면서 '물타기(평단가 낮추기)' 하면 돼."


판테온의 비와 사우나 지하철

판테온은 필수 코스였다. 고대 로마인들이 만든 구멍 뚫린 돔. "비가 안 들어온다던데?" 직접 보니 그건 옛날 사람들의 뻥이거나 과학적 오해였던 걸로. 바닥에 빗물 빠지는 구멍이 다 있더라. 안 왔으면 후회할 뻔한 웅장함이었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광장에서 <로마의 휴일> 감성으로 사진을 찍고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로마 지하철은 움직이는 사우나였다. 에어컨은 장식인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숙소에 도착해 에어컨을 켜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햇볕에 바싹 마른 빨래를 개며, 마트에서 산 닭고기와 음료수로 저녁을 해결했다.

로마 여행 무사히 성공! 얼굴은 시꺼멓게 탔지만, 한국 가면 돌아오겠지. 바티칸 박물관은 다음을 기약하며, Ciao R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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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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