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편 13 : 이탈리아 - 마테라, 알베로벨로

미식의 도시 볼로냐

by 박운서

마테라에 한식당이?

늦게 일어나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마테라를 관광하고 알베로벨로 근처 숙소에서 자는 일정이다. 고속도로 톨비로 동전 2.3유로를 던져 넣고 출발. 장거리라 운전이 힘들 줄 알았는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가 예술이라 생각보다 할 만했다.

점심은 아내가 찾은 마테라의 한식당으로 정했다. 딸이 빵, 피자, 파스타에 질려버렸고 밥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이 이탈리아 남부 시골 깡촌인 마테라에 한식당이 있다고?"

반신반의하며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갔다. 어제 로마 강행군의 여파인지 발바닥이 아파왔지만, 밥 생각을 하며 버텼다.

식당에 도착하니 진짜 한국 사장님이 계셨다! 떡볶이, 제육덮밥, 김밥을 시켰는데 맛이 제법이다. 쌀은 이탈리아 산이라는데 밥을 아주 잘 지으셨다. 알고 보니 사장님 남편분은 불가리아 사람이고, 아이는 우리 딸이랑 동갑이라고 한다. 세상 참 좁고 신기하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밥이랑 김도 챙겨주셔서 딸도 오랜만에 포식했다. 밥 먹는 동안 딸은 그 집 아들이랑 같이 그림도 그리고, 우리는 사장님과 이탈리아 교육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결제 금액은 40유로. 한국 물가의 3배 정도지만, 타지에서 느끼는 한식의 해소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나오는 길에 재밌는 장면을 봤다. 가게집 꼬마가 뭐가 화났는지 쓰레기통을 발로 차며 화풀이를 하는 게 아닌가. 아마 딸이 가니까 심심해져서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걸 보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에 유치원에 딸을 데리러 갔더니 친구랑 더 놀고 싶은데 너무 일찍 데리러 왔다고 화내면서 가방을 패대기치던 우리 딸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애들 크는 건 한국이나 이탈리아나 다 똑같나 보다.

마테라 구시가지 전망대는 금방 도착했다. 남부 도시라고 해서 좀 너저분할 줄 알았는데, 마테라는 의외로 매우 깔끔하고 정돈된 곳이었다. 협곡 위에 지어진 돌집들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오프닝 추격신에서 봤던 그곳인데, 실제로 보니 고대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나서 감탄사만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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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로벨로의 귀여운 집들

다시 운전해서 숙소로 향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집이었다. 중간에 정전이 한 번 되긴 했지만, 그런 것도 여행의 재미지 뭐. 빨래는 범퍼 침대에 대충 널고, 돌로미티랑 뉴욕 여행 공부를 좀 하다가 잠들었다.

다음 날, 20분 만에 알베로벨로에 도착했다. '스머프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특이한 건 대만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는 점이다. 방송 <텐트 밖은 유럽>에 나왔다는 한국어 글귀도 보여서 반가웠다.

이곳의 독특한 집들을 '트룰리(Trulli)'라고 부르는데, 지붕이 뾰족한 원뿔 모양이다. 마냥 귀여워 보이지만 여기엔 웃지 못할 역사가 숨어있다. 과거에 주거세(세금)를 걷으러 세무 공무원이 오면, 빨리 집을 부수고 "여기 사람 안 살아요!"라고 하기 위해 지붕을 돌로만 얼기설기 쌓았던 것이 시초라고 한다. 세금 안 내려고 집을 분해 조립식으로 만들었다니, 예나 지금이나 세금 피하려는 인간의 머리는 비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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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운전과 볼로냐 찍먹

다음 날 아침, 아내가 만들어준 당근 요리를 먹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중간에 볼로냐를 거쳐 베네치아. 무려 7시간이 걸리는 머나먼 여정이다. 가장 큰 걱정은 딸의 멀미. 토하면 큰일이니 자주 쉬면서, 컨디션을 살피며 조심조심 운전했다. 나도 허리 안 아프게 정자세를 유지했다. 가는 길의 풍경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이틀째 장거리 운전이라 적응한 건지 어제보다는 수월했다.

오후 2시가 넘어 볼로냐(Bologna)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본 이탈리아 도시 중 가장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았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유명한 식당에 갔는데, 2시 반이 다 되어가는데도 줄이 길어서 포기. 바로 옆 가게에서 볼로네즈 파스타와 중국 음식 비슷한 요리를 시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먹을 만했다.

볼로냐 관광은 '찍먹' 스타일로 빠르게 진행했다. 광장에 가서 포세이돈 동상 보고 사진 찍고 끝. 주차는 발레파킹을 맡겼는데 2시간에 8유로를 냈다. 비싸긴 하지만 짐 가득한 차를 안전하게 지키고, 관광지 바로 옆이라 시간 아끼기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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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 베네치아 입성

다시 2시간을 달려 드디어 베네치아 근처 숙소에 도착했다. 중간에 너무 피곤해서 휴게소에서 쪽잠도 잤다. 오늘 하루만 7시간 넘게 운전한 것 같다. 그래도 해보니 할 만하다. 이 정도면 나중에 미국 가서도 장기간 운전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숙소는 아주 깔끔했다. 호스트가 파스타 해 먹으라고 재료도 챙겨줬다. 창문을 여니 시계탑이 보이는데 뷰가 그림 그 자체다. 밤이 되니 조명이 켜져 더 멋지다. 그런데 확실히 북쪽으로 올라오니 날씨가 다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시원하다 못해 쌀쌀하다. 내일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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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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