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중성을 궤뚫어보다.
국내에서는 ‘나쁜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원제인 ‘은비적각락’은 은밀한 구석이라는 의미로, 극 중 인물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면모들을 하나둘씩 펼쳐내며 전개에 속도가 붙는 방식으로 전체를 이끌어간다. 많이 봐왔던 추리 범죄물과는 달리, 시청자가 직접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방식이 아닌 1화에서부터 전체에 화두가 되는 사건을 보여주고, 범인 또한 드러낸다. 하지만 메인 사건을 기점으로 또 다른 사건들이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년궁의 여름방학 동안 많은 일이 휘몰아친다. 가장 메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학교인 소년궁에서 발생한 추락사건, 뒤이어 몇 건의 살인사건까지. 재밌는 점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모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관계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실마리를 다 풀어보면 그들은 평행선에 놓여있다.
이 드라마의 핵심 도구는 인간의 ‘이중성’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은 완전히 좋은 사람이거나, 또 완전히 나쁜 사람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극의 특성상 선과 악이 뚜렷이 존재해왔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은비적각락>은 그 경계를 굉장히 모호하게 풀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정적이고 아이들을 좋아하며 가르침에 열의가 있는 소년궁의 수학 선생님 장둥셩과 다소 소극적이지만 항상 시험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인 주차오양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둘은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저 선한 사람일 뿐이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은 등장인물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측할 수 없게 해 긴장감과 왠지 모를 불안감을 선사한다. 특히 장둥셩이 살인을 한 중요한 단서가 주차오양과 친구들에게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잦은 만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험 요소가 된다.
본래에는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의도였다 한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나쁜 행동들이었다는 것 또한 드라마의 주요 포인트이다. 주차오양과 그의 친구인 옌량과 웨푸가 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둥셩에게 증거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것과 아내를 사랑해서였지만 거듭된 살인을 저지른 장둥셩처럼 말이다. 후반부에 장둥셩은 주차오양을 자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의도하지만, 아이는 다행히도 선의 영역에 좀 더 머무른다.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버린 장둥셩은 불행한 마지막을 맞게 되고, 주차오양은 자신의 선에서 다시 회복 가능한 방법을 나름대로 찾는다.
한여름 밤의 악몽 같은 나날들이 지나고, 소년궁의 새로운 학기가 다시 시작된다. 아이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또 새로운 나날들이 그들을 맞이한다. <은비적각락>을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생각은 아이들이 과연 ‘나쁜 아이들’로 정의될 수 있는가이다. 아이들의 의도는 너무도 순수하고 지극히 이타적이며, 그래서인지 12화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이에 반해 장둥셩과 같은 어른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중엔 자신의 이득이나 미래를 위해 엇나가고 만다. 결국, 세상은 아이들의 사려 깊은 마음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렇게 <은비적각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선과 악의 본질을 섬세하게 궤뚫어본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잔잔한 템포를 유지하지만, 사건에 점점 다가갈수록 속도감을 낸다. 특히 아이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매 화의 엔딩은 드라마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이런 촘촘한 서사와 연출이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